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예술, 미술품 등 아트 시장이다. 높은 가치와 희소성이 보장된 예술·미술품은 NFT로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아트 시장의 고착화된 유통 구조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NFT와 아트는 만났고, 비상했다. 이것들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무엇인가 무섭게 성장하면 곧 따라오는 말은 ‘거품(버블)’이다. 아트 NFT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아트 NFT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암호화폐처럼’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의 시선으로 아트 NFT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을 것이다. 기술, 투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아트 NFT, 이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NFT를 발행한 작가(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봤다.
네 번째 작가로는 사진작가로 시작해 모션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안성석 작가를 만났다. 최근 안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단순한 사진 작품을 뛰어넘어 가상현실(VR)이나 모션 그래픽을 활용한 아트 NFT 발행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무단 복제 등에 무방비했던 디지털 아트는 NFT의 등장으로 원본성을 보장받고 무단 복제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 아트 시장의 주류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아트와 NFT에 대한 이야기를 안 작가를 통해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이 처음 NFT를 접했을 때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아트를 제작하면서 많은 문제들에 직면했었거든요.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에서 파일 형태로 제작하기 때문에 언제나 무단 복제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디지털 상에만 존재하던 작품들을 출력하기 위해 프린트샵 같은 곳에 맡길 때도 보관하거나 관리함에 있어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NFT의 등장으로 이런 위험에서 다소 자유로워졌습니다. 디지털 세상 속의 작품들이 더 이상 무단 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죠. 디지털 아트를 포함해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만들어낼 예술 작품들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두루뭉술했지만, 이제는 이런 개념들이 NFT를 통해 다소 구체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NFT를 통해 디지털 아트의 원본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더욱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작가들뿐만 아니라 작품을 향유하거나 수집하는 수집가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흥미로운 디지털 아트가 있었어도 무단 복제 등의 위협 때문에 선뜻 작품을 구매하지 못했던 수집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아트를 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지금까지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아트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NFT를 통해 무단 복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작가들은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트 시장에서 유통하기 어려운 형태의 작품들, 예를 들어 비물질 예술을 해오던 많은 작가들이 형태에서 오는 단점으로 인해 많이 움츠러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NFT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NFT의 등장은 아트 시장, 그중에서도 디지털 아트에 있어서 상당히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추후에도 계속 NFT 작품을 발행할 계획이신가요? NFT를 통해 특별히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이 있나요?
작품을 NFT로 발행하지 않을 이유는 특별히 없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더욱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NFT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트 NFT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3D 맵핑(Mapping)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취미 삼아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의 맵을 만들고 있기도 한데요. 이런 맵핑 기술을 활용해 3D로 만들어진 새로운 전시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을 새로운 하나의 세계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메타버스는 아니고 우리가 느끼고 있는 공간과 감각의 영역을 넓혀 디지털화된 새로운 공간에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을 하나의 NFT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2021년은 아트 NFT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도 했는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성장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술, 그러니까 아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집가들이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소유하고 하는 욕망’이거든요? 근데 기존의 아트 시장을 살펴보면 수집가들의 이런 욕망이 있어도 작품을 구매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작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진품인지에 대한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NFT를 통해 이런 진입장벽들이 상당수 해소가 됐어요. 유니크한 작품들이 NFT라는 이름으로 발행됐고, 몇몇 아트 NFT들은 에디션이라는 개념으로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고가의 작품에 지분을 나눠 판매하는 방식은 기존의 아트 시장에서도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단순히 지분을 나누는 개념으로 수집가들이 원본을 수집하지는 못하거든요? 하지만 NFT를 통한 에디션 개념은 하나의 작품을 나눠서 소유할 수 있으면서도 각각 모두가 원본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은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기도 하고요. 이런 방법들은 NFT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민주적이고, 한 사람이 독점했던 가치를 여러 사람들과 나눠서 보유한다는 것은 또 새로운 가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NFT의 가치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욱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에 접근하는 그리고 아트를 만드는 많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이 NFT를 발행하기도 하고, 여러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수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도 NFT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현재 여기저기서 모두들 NFT를 발행하고 NFT를 판매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NFT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판매를 하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있으니까요. 작가들은 더욱 많은 작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많은 플랫폼들은 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얻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모두 NFT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이겠죠. 결국 NFT는 이런 수요와 수요에 따른 공급 증가로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NFT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아트 NFT 시장은 다소 주의가 필요해요. 지금의 아트 NFT 시장은 작품에 대한 가치보다 NFT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의 가치가 조금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NFT 작가라는 이름이 붙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작가가 아니라 NFT라는 기술인 것 같습니다. 아트라는 영역이 NFT라는 기술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NFT가 아트라는 영역에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NFT 자체가 예술품이라기보단 영수증의 개념이 더욱 가깝거든요. 이것이 정말 디지털 아트로 인정받기 위해선 드라마틱한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아트 NFT 역시 결국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수집가들이 작품을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것을 당당하게 디지털 원본이라는 예술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이런 것들이 조금 부족하다보니 여러 논란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논란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논란들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요?
뭐 가장 크게는 NFT가 거품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것입니다. 너무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자금 세탁이나 투기의 위험성이 높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이런 이슈가 발생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관련 법이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NFT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다양한 논란들과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격들이 거품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이유로 이런 논란들을 ‘엄청난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기 때문에 점차 안정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이런 논란이 전혀 생기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경직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죠. 앞서 언급했듯 NFT라는 기술에 아트 시장이 잠식되는 것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NFT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도 NFT를 좋아하지만 당분간은 NFT보단 작품 활동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형태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NFT를 발행하고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NFT라는 기술에 대한 가치보다 기존의 아트 시장,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싶어요. 작가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NFT는 그저 나의 작품을 유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것입니다. 아트 시장, 그리고 아트 시장의 구성원들 역시 NFT라는 것보다는 보다 훌륭한 작품, 보다 가치 있는 작품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NFT, 아트, 작가, 만나다①] 오승환 작가 “중요한 것은 원본과의 페어링”
[NFT, 아트, 작가, 만나다②] 한규훈 작가 “NFT는 새로운 수단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