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해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의 가입자 수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증가의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업비트와의 제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21년 12월 1일 기준 가입자 수가 700만 명을 넘었다고 2일 밝혔다. 2020년 말 219만 명이었던 가입자 수가 11개월 만에 480만 명 늘어나며 700만 명을 기록하게 됐다.
고객 수만 급증한 것이 아니라 주요 고객층도 변화했다. 이전에는 30대와 4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021년 들어 20대 이하와 50대 이상 고객까지 늘어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고객 수는 2021년 들어 6초에 1명꼴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고객 수가 급증한 이유로 케이뱅크는 “다양한 신상품과 모바일에 특화된 이용자 환경 때문”이라며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 이외에도 ▲아파트담보대출과 ▲비상금 마이너스 통장 ▲사잇돌 대출 ▲전세 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으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무료 자동이체, 중도 상환 수수료 무료 등 사용자 편의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난 만큼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과 수신 잔액 역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말 2조 9900억 원이던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은 2021년 11월 말 6조 83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수신 잔액은 3조 7500억 원에서 11조 870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고객 수 증가는 이용자 환경 개선과 다양한 신상품 개발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업비트, 우리은행 지분 인수 후 시너지 효과 기대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폭발적인 성장은 업비트와의 제휴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지주의 새로운 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제휴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월 22일 우리금융지주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로 돌아서면서 정부는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의 9.3%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1%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두나무는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등 가상자산 외 금융권에 대한 사업을 병행하는 만큼 우리은행과 두나무의 협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가상자산 사업자 운영을 위한 실명계좌 제휴를 기존 케이뱅크에서 우리은행으로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은행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투뱅크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 은행 신고를 진행한 9월 당시 업비트 내부에서 실명계좌 은행이 여러 곳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은행과의 제휴가 어려워 실제로 추진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이어 우리은행 실명계좌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게 된다면 거래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