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논의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2022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원칙은 적용돼야 하지만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2021년 11월 17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파이어홀에서 '2022년 가상자산 과세, 이대로 문제 없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오문성 조세정책학회장은 '가상자산 과세방안 및 제반 문제점'을 발표하며 "가상자산을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주식과 같은 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성격은 신종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금융자산의 해석을 확장해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2년 1월 이후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등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첫 과세분은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반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본 공제 금액 2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20%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분리과세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산업 주요 소식을 BBR 매거진을 통해 만나보세요(구독신청)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등으로 발생한 소득(가상자산소득)은 기재부 세법 개정안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로 과세된다. 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대한민국 세법상 상표권 등의 무형자산은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오 학회장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신종 금융자산으로 보는 회계규정(GAAP)이 새로 제정돼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고 가상자산 소득을 주식 거래소득처럼 금융 투자소득으로 본다면 과세 방법도 주식과 같은 정도(5천만 원)의 금액을 공제해 주고, 이월결손금도 반영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법상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소득은 금융 투자소득으로 분류된다. 금융 투자소득은 기본 공제 금액 5000만 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며, 손익 통산과 이월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금융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도 가상자산보다 1년 늦은 202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오 학회장은 "가상자산은 저작권·상품권·영업권·점포 임차권 등 다른 무형자산과 동질성을 찾기 힘들며,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분류"라고 설명했다.
오 학회장은 과세 인프라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며 과세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는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아닌 개인 간(P2P) 금융 거래나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 및 서비스에 대한 과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가 원칙적으로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 간 거래가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개인 간 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과세 대책이 세워진 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 학회장은 "P2P 시장에 과세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납세자 간 형평성에 크게 벗어난다"며 "과세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과세 인프라는 아직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도 윤창현 의원, 유경준 의원, 노웅래 의원, 조명희 의원 등이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오 학회장은 "사소한 문제는 과세를 시작하고 나서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경우에는 당장 과세를 시작하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과세 관련 입법의 합리성과 실제 징수를 대행하는 과세 관청 측면에서 징수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추가로 보완하고 나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