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국영발행 오일본위 암호화폐 페트로와 국영법정화폐를 결합하며, 8월부터 해당 화폐를 유통한다고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의 '0'을 다섯 개 없앰과 동시에 페트로와 결합해 새 화폐 '볼리바르 소베라노(Bolivar Soberano)'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6년 재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적인 제재 가운데 페트로를 발행했으며 국제사회 유통에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도와의 원유 거래에서 페트로를 사용할 경우 원유 가격 30% 할인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페트로로 학생 및 아이들을 위한 유쓰은행 설립, 노숙자 보금자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통용되는 법정화폐의 가치가 화폐단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부정부패 및 지하경제 규모의 활성화를 야기해왔다.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화폐는 10만 볼리바르로 미 달러 30센트에 달하는 가치를 갖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간단한 점심 한 끼의 가격은 300만 볼리바르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 이런 극심한 경제 문제를 지적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알레한드로 베르너 서반구 국장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이 100만%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된 마두로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화폐의 실질가치는 고정한 채 액면가를 낮추는 '리디노메이션' 개혁에, 암호화폐 페트로와 결합해 새로운 화폐인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출시하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8월 20일부로 유통 및 순환된다.
발행부터 많은 이슈를 만들어온 페트로와의 결합인 만큼 베네수엘라의 '화폐개혁'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커뮤니티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페트로는 사실상 실패한 암호화폐다. 페트로에 법정화폐를 연동하는 계획은 마치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에게 항생제가 아닌 균을 주입하는 동종요법을 가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다음달부터 페트로와 연동된 새로운 화폐를 만져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모든 경제활동에 페트로가 침투할 것이며 새로운 통화는 재정 상황을 급진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승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