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정부 검열을 방해하는 인터넷 기술을 통제하기 위해 방안을 찾고 있다. 제재 대상 목록에 아직 출시 전인 텔레그램 블록체인도 포함됐다.
1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무선주파수 이용을 통제하는 기관 ‘종합무선주파수센터’는 지난 3일 다크넷 관련 인터넷 기술 연구를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소식은 현지 매체 포크로그(Forklog)가 처음 보도했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기관은 불법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차단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기관이 언급한 제재 대상 기술은 인터넷망을 이용하지 않고 컴퓨터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메시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IoT) 프로토콜, 익명성 브라우저 프로토콜이다. 다크넷 실행 기술인 I2P, 토어(TOR), 프리넷(Freenet), 제로넷(Zeronet), 아노넷(anoNet)과 유일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텔레그램오픈네트워크(TON)'도 포함됐다.
기관은 이러한 기술들이 익명 다크넷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TON 블록체인은 TON P2P 네트워크와 웹사이트 호스팅 기술인 TON DNS, 익명성을 위한 TON 프록시 등을 지원한다. 백서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국가기관의 검열을 피하고, 이용자 네트워크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모든 서비스는 차단이 불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정공방으로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출시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하지만 기업은 지난주 TON DNS를 통한 웹사이트 호스팅 설명서를 발표하는 등 여전히 출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전에도 러시아 당국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7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메신저 앱을 통제하기 위해 암호화 키를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텔레그램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종합무선주파수센터 산하 감독기구(Roscomnadzor)가 텔레그램 차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텔레그램은 도메인 프론팅 기술로 트래픽을 다른 서비스 도메인에 숨겼고, 기관은 추적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웹사이트에 오류를 일으켜 인터넷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TON개발자툴 스타트업인 TON랩의 최고기술책임(CTO) 미타 고로셰프스키(Mitja Goroshevsky)는 TON을 차단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TO는 "철막(iron curtain)을 치고, 외부세계와 모든 통신 채널을 막아도 차단 확률은 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냉전시대에도 가정용 트랜지스터로 미국의 대(對)소련 선전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TON 블록체인를 차단시키려면 검증자 30%가 합의해야 하는데 검증자들은 대부분 러시아 밖에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가 없기도 하고, 임의 차단 리스크 때문에 러시아 서버를 이용하는 검증자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중국 정부 당국이 여론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과 같은 인터넷 통제 매커니즘을 개발, 실험하고 중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