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공격에 참여해 1억 달러(약 119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중국 국적자 2명을 제재했다. 또 북한 해커와 관련한 비트코인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2일(현지시간) 미 재부무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보도자료를 통해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재정·기술적으로 지원한 중국 국적자 톈인인과 리자둥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톈인인과 리자둥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대상인 북한의 해킹조직 라자루스 그룹과 연계된 인사로 알려졌다. 라자루스 그룹은 북한 정보당국인 정찰총국의 지시 아래 각국 정부와 금융시스템을 상대로 사이버 범죄를 지속적으로 감행한 바 있다. 이에 미 재무부는 지난해 9월 라자루스 그룹을 포함한 북한의 해킹조직 3곳을 제재했다.
재무부는 중국 국적자인 이들이 북한이 관리하는 계좌로부터 약 9,100만 달러(약 1,087억원)와 950만 달러를 수령한 뒤 자금출처를 감추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주소를 옮겨가며 돈세탁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지난 2018년 4월 이뤄진 암호화폐 해킹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북한 정권은 자금을 훔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을 지속적으로 감행해왔다"며 "미국은 북한이 사이버 범죄를 벌이는 것을 돕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세계 금융 시스템을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이날 조치는 핵 개발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최소 17개국의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공격해 약 20억 달러(약 2조 3800억원)의 자금을 탈취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북한은 금융기관보다 당국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암호화폐와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를 상대로 범행을 확대하고 있다. 미 보안업체 레코디드퓨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채굴과 절취에 힘쓰고 있다. 또 자금세탁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 모네로의 채굴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아울러 이날 재무부는 북한 해커와 관련된 20개의 비트코인 주소를 특별관리(SDN) 리스트에 추가했다. 해외자산통제국이 암호화폐 주소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2018과 2019년 이란 비트코인 주소와 중국 비트코인 주소를 각각 추가한 바 있다.
반면에 앞서 제재 목록에 올랐던 러시아독립 석유회사(IPC) 및 자회사 NNK프리모르네프테프로둑트(NNK-P) 등 2곳에 대해서는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IPC가 제재 대상인 북한에 100만 달러 규모의 석유 제품을 실어날랐다는 혐의로 지난 2017년 6월 1일 제재 명단에 올랐었다.
이번 제재 해제 조치와 관련해 재무부는 "미국의 제재는 행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일을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조치를 한다면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제재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수시간 만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