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 기타 고피너스(Gita Gopinath)는 국제 무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를 디지털 자산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란을 통해 밝혔다.
작년 1월 IMF 수석경제학자로 임명된 기타 고피너스는 암호화폐는 흥미롭고 많은 잠재력이 있지만 강력한 글로벌 준비통화인 미국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관련 인프라와 국제적 수용 수준이 불충분하다고 짚었다.
경제학자는 글로벌 준비통화가 갖춰야 하는 기본 요인은 결제 기술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달러의 위상이 "미국이 제공하는 기관, 법률,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 방안 등으로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디지털 화폐가 결국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영란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준비통화 바스킷으로 담보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합성패권통화(SHC)'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피너스는 이에 대해 "국제 경제 번영과 무역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가 해당 화폐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라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IMF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글로벌 외환 보유고 60%를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000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2위 준비통화인 유로의 점유율은 20%에 그쳤다.
작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으며, 일부는 실제 개발 단계를 거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리브라와 같은 민간 프로젝트에 대응하고 위안화의 국제 위상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를 준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바하마 온라인 미디어 NFCW는 바하마 중앙은행이 QR코드 결제 및 이체가 가능한 디지털화폐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은 디지털 달러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유럽중앙은행 신임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도 CBDC 관련 부문에서 더욱 앞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IMF 총재 시절에도 "금융포괄성을 확대하고 결제 프라이버시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CBDC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권장한 바 있다.
반대로, 미숙한 CDBC 시도는 경계했다. 지난 2018년 9월 마셜제도가 디지털 화폐 발행을 시도했지만 IMF는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조치를 도입하더라도 CBDC는 미국 금융기관과의 협력, 달러 접근성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