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BBB(Biological Black Box)가 최근 ‘바이오노드(Bionode)’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살아 있는 신경세포를 전통적인 프로세서와 결합해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GPU에 의존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훈련하고 배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BBB는 인간 줄기세포 및 쥐에서 유래한 신경세포를 배양해 이를 컴퓨팅 칩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방식은 저전력으로 작동하면서도 신경세포의 재구성 능력을 활용해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기반 칩과는 차별화된다. BBB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크센조프스키(Alex Ksendzovsky)는 “지난 20년간 생물학, 하드웨어, 컴퓨팅 기술이 독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 생물학적 컴퓨팅이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BBB는 현재 엔비디아(NVDA)의 인셉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GPU 기반 AI 칩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의 발전을 추진 중이다. 신경세포의 자연적 신호 처리 기능을 활용하면 전력 소모를 줄이고 AI 모델의 훈련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는 이 기술을 컴퓨터 비전 및 대형 언어 모델(LLM) 트레이닝에 활용 중이며, 현재 두 개의 기업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노드 플랫폼은 수천 개의 신경세포를 전극에 연결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크센조프스키는 "우리 칩 하나에는 40,000개 이상의 뉴런이 포함되며, 이는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경세포들은 기존 트랜지스터 기반 칩과 달리 자신을 물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AI 모델의 적응성과 연산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노드를 활용하면 LLM 훈련 과정에서 재훈련 시간과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어, AI 산업의 스케일업 과정에서 중요한 전력 사용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업계가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AI 모델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전력 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칩 제조사들은 현재 주로 실리콘 기반의 AI 가속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BBB는 이와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크센조프스키는 "우리는 GPU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실리콘 칩을 보완하고 AI 모델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AI 하드웨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그는 “생물학적 컴퓨팅, 실리콘 칩, 양자컴퓨팅이 각각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는 ‘모듈형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B는 상업적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본사를 볼티모어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전하며 기술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GPU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BBB의 ‘브레인 온 어 칩(Brain-on-a-chip)’ 기술은 기존 반도체 중심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뉴런이 스스로 재구성되면서 학습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은 AI 시스템을 더욱 적응형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생물학적 컴퓨팅이 확대될 경우 윤리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크센조프스키는 “우리는 AI 처리를 위해 뉴런 전체가 아닌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활용하며,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BB가 제시하는 생물학적 연산 기술이 AI의 차세대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