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이 마침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반도체 업계 베테랑 립-부 탄(Lip-Bu Tan)을 임명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Pat Gelsinger) 전 CEO가 자리를 떠난 이후 수개월 동안 지속된 후임자 물색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탄 신임 CEO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캐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에서 CEO를 역임한 인물로, 인텔의 주요 고객사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설계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다. 또한, 이전에는 인텔 이사회에도 몸담았다가 지난해 겔싱어의 퇴진 직전에 회사를 떠난 바 있다.
탄의 선임으로 임시 공동 CEO 체제를 유지해왔던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와 미셸 홀트하우스(Michelle Holthaus)는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제품 부문 CEO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
이번 최고경영자 인선은 인텔이 최근 몇 년간 직면해 온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회사는 PC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AMD(AMD) 등에 밀려 점유율이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도 엔비디아(NVDA)에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인텔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며 경쟁력을 되찾을 것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탄은 CEO 취임 발표와 함께 “기존의 강점을 확장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분야에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 도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전이 더딘 사업 부문에서는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탄의 취임 소식에 인텔 주가는 12%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J. 골드 어소시에이츠(J. Gold Associates)의 반도체 산업 애널리스트 잭 골드(Jack Gold)는 “겔싱어의 해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후임자로 탄이 선정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인텔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는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인텔이 팹(fab) 사업을 분리할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더큐브 리서치(theCUBE Research)의 분석가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인텔의 반도체 제조 사업이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나 미국 정부를 제외하면 활용 가치가 크지 않다”며, “차라리 미국 정부와의 합작 투자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텔은 매출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향후 성장 전략을 명확하게 정립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약 895억 달러(약 128조 8,800억 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동안 171% 급등한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탄 신임 CEO가 이끄는 인텔이 과연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을지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