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Roche)가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지배적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는 덴마크 바이오테크 기업 질랜드 파마(Zealand Pharma)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로슈는 질랜드의 실험적 아밀린 유사체 주사제인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를 단독 또는 자사 개발 물질 CT-388과 병용해 치료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CT-388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포함하고 있어 기존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과 웨고비(Wegovy),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 및 제프바운드(Zepbound)와 유사한 기전의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최대 53억 달러(약 7조 7,380억 원)에 달하며, 선급금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4,090억 원), 개발 마일스톤 12억 달러(약 1조 7,520억 원), 판매 마일스톤 24억 달러(약 3조 5,040억 원)로 구성됐다. 또한, 페트렐린타이드와 CT-388의 고정 용량 복합제 또는 후속 페트렐린타이드 조합 제품이 개발될 경우, 로슈는 질랜드로부터 3억 5,000만 달러(약 5,110억 원)를 지급받게 된다.
테레사 그레이엄(Teresa Graham) 로슈 CEO는 이번 계약이 비만과 관련된 만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발표 이후 노보 노디스크의 뉴욕 증시 상장 주가는 5% 하락한 반면,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최근 체중 감량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로슈의 이번 계약이 기존 선두 업체들의 독점 체제를 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