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및 외교 정책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인덱스(DXY)는 연초 대비 4.2% 하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4.8%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발효되면서 낙폭이 가팔라졌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해당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가 강세를 나타내며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유럽 통화가 이번 달러 약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화는 최근 일주일 동안 4.5% 상승했으며, 유럽연합(EU)이 국방비 지출 증가 및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스콧 베슨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미국의 금리 정책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때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지만, 최근 들어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까지 견조한 고용 시장과 둔화된 인플레이션 속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았지만,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며 투자자들은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및 소비재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제조업이 자급자족할 수 없는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은 미국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해소 여부와 Fed의 통화정책 변화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면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될 수 있지만, 반대로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 약세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