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요는 치솟는데… 에너지 스타트업 투자, 4년 만에 최저치

전 세계 전력 소비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에너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평균 증가율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이며, AI 인프라 확장과 신흥국의 산업화, 심각한 폭염 증가 등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최근 4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24년 투자금은 급격히 줄었고, 2025년 1분기 역시 지난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출발했다. 특히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신생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4월 들어선 소폭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메인스프링 에너지(Mainspring Energy)는 데이터센터와 상업용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가 주도한 시리즈 F 투자에서 2억 5,800만 달러(약 3,720억 원)를 유치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본사를 둔 실리콘 랜치(Silicon Ranch)는 남동부 지역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로 유명한 업체로, AIP 매니지먼트로부터 5억 달러(약 7,2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넘어섰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베이스 파워(Base Power)는 주거용 배터리 백업 전력을 개발하는 신생 벤처로, 설립 2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주요 투자사들로부터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리즈 B 라운드엔 어디션(Addition),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가 함께 참여했다.

한편, 순수 에너지 기업은 아니지만 에너지 효율성과 인프라를 전략에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투자 유입에 성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OpenAI), 소프트뱅크(SoftBank), 오라클(Oracle), MGX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The Stargate Project)'다. 이들은 미국에서 오픈AI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구축에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올해에만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투입해 멀티기가와트급 전력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에너지 스타트업 투자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핵융합 기술 등 많은 실험이 진행 중인 분야에선 단 한 건의 초대형 투자만으로도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수요가 분명한 만큼 향후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