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핀 리서치(BloFin)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금융시장 내 유동성 위기 가능성과 연준의 대응 전략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동성 경색이 점진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연준의 양적 긴축(QT) 지속과 금리 인하 지연 속에서 시장의 대응 방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은 여전히 '풍부한 준비금 체계(Ample Reserve Framework)' 내에 있지만, 일부 유동성 제약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말마다 반복되는 SOFR-ONRRP 스프레드 급등 현상이다. 이는 달러 유동성의 병목현상이 프라이머리 딜러(Primary Dealers, PDs)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블로핀 리서치는 SOFR 금리가 ONRRP-IORB 범위를 유지하는 한,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동성 여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상시 레포 시설(SRF) 이용률이 향후 급격히 증가할 경우, 유동성 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SRF 이용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시장 내 여유 현금이 줄어들고, 주요 은행과 PD들의 현금 보유량이 축소된다면 연준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 전반의 유동성 현황과 별개로 정치적 리스크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그의 경제정책이 연준의 통화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광범위한 감세와 재정지출이 이뤄졌던 점을 고려할 때, 만약 유사한 정책이 다시 시행된다면 연준의 금리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주요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포지션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PD들이 유동성 전달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국채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유동성 경색을 가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현재 머니마켓펀드(MMF)와 은행의 유동성이 800~9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의 대규모 유동성 부족 사태는 없겠지만, 연준이 향후 몇 개월 동안 QT를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충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에는 QT 조기 종료, 공개시장조작(OMO) 실행, 상시 레포 시설의 담보 대상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규제 완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연준이 2021년 SLR(보충 레버리지 비율) 면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았던 사례를 들어, 유사한 조치가 재발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현 금융시장 내 유동성 환경은 당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인 경색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따라서 연준과 금융시장은 지속적인 유동성 지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적 변수와 글로벌 경기 흐름이 추가로 작용할 경우, 연준의 정책 선택지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