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효과가 맞물리며 비트코인 가격이 마침내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5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미국 공화당의 대선 승리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당선인 트럼프가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이자 디지털 챔버 토큰얼라이언스(Digital Chamber's Token Alliance) 공동의장인 폴 앳킨스(Paul Atikins)를 게리 겐슬러(Gary Gensler)의 후임 SEC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10만 달러 돌파가 현실화됐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서 앳킨스의 업적을 강조하며 "디지털 자산과 혁신이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데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차기 행정부 인선도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트럼프는 키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Key Square Capital Management) 설립자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베센트는 "대통령의 암호화폐 수용에 대해 흥분된다"며 "비트코인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CEO이자 테더(USDT) 스테이블코인 담보 관리사인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k)은 상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도 딜북서밋(DealBook Summit)에서 "비트코인은 가상의 디지털 골드"라며 비트코인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출시 당시 채굴 보상이 블록당 50 BTC였으나, 2024년 4월 19일 진행된 반감기로 블록당 3.125 BTC로 감소했다. 수요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면 희소성이 강화돼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반감기 전후로 상승장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반감기 1년 전부터 단기 상승장이 시작되고, 반감기 이후 1년 동안 더 큰 상승이 이어지는 패턴이다.
반감기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공급 감소나 이전 반감기에서 비롯된 기대감으로 인한 '군중 효과'가 강세장을 조성한다. 반감기 시기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어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추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2017년 비트코인 랠리는 주로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다. 2021년에는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스페이스X, 그레이스케일, 스퀘어 등 주요 기업이 참여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관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 기업은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두고 있으며, 많은 펀드의 내부 규정이 특정 상품 투자를 금지했다.
미국 SEC가 2024년 1월 10일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면서 기관투자자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이 이미 ETF를 승인했지만 실질적인 자본은 미국 시장에 있다.
2024년 기관투자 규모가 급증했고 비트코인 ETF 발행사들이 주요 수혜자가 됐다. 코인베이스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도 새로운 거래량 기록을 세웠으며, 초기에 부진했던 현물 이더(ETH) ETF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본 유입은 기관들의 암호화폐 시장 수용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7월 15일 CNBC 짐 크레이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회의론자였지만 연구 끝에 믿게 됐다"며 "합법적인 금융상품"이라고 평가했다.
XRP와 솔라나(SOL)도 ETF 발행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여러 건의 신청서가 검토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압도적 승리로 미국 암호화폐 산업 규제 완화가 예상되면서 대체코인 부문도 노출도가 증가할 수 있고, 최초의 대체코인 ETF가 승인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오랫동안 횡보했고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트럼프의 선거 운동과 승리가 이런 흐름을 급격히 바꿨다.
처음으로 암호화폐이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됐다. 많은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비트코인 가격에 이분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친암호화폐 성향의 트럼프가 승리하면 급등하고, 카말라 해리스가 승리하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공화당이 상하원과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는 친암호화폐 공약을 이행할 힘을 얻었다. 비트코인 비축이나 비트코인 준비금 같은 모든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주요 행정직 인선에서 친암호화폐 성향이 확인됐다. 진정한 친암호화폐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비트코인 ETF가 점화한 불에 기름을 부어 한 달 만에 가격을 10만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트럼프의 당선이 이미 데워진 강세장을 촉발한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비트코인 급등의 유일한 동력은 아니다. 우호적인 거시경제 여건도 순풍을 제공했다.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 지정학적 역학관계 변화가 특징인 시대에서 비트코인은 흥미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더는 암호화폐 애호가와 개인투자자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변동성이 심화되는 경제 환경에서 피난처를 찾는 기관과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법정화폐의 구매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40년 만의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후 완화됐지만 여전히 역사적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
연준은 경제적 역풍에 대응해 최근 금리 인하 등 완화적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런 유동성 공급이 비트코인 성장의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중앙은행들이 수년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법정화폐가 약화됐다. 이런 환경에서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이전에는 금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으나 이제는 총 발행량이 2천100만 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광란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비트코인 최고가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감한 예측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대담한 분석가들은 급등 이전에도 구체적인 가격 목표를 제시하며 평판을 걸었다.
기관투자 시장조사업체 버스타인은 10월 22일 비트코인이 2025년 말까지 2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이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기관 시대' 시작을 알릴 것이며, 2024년 말까지 월가가 '최대 비트코인 지갑 보유자인 사토시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자산연구 총괄 제프 켄드릭(Geoff Kendrick)도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비트코인이 2025년 말까지 2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ETF가 승인되기 전인 2024년 1월부터 20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물결이 예상되면서 이런 전망의 동력이 된 듯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와 관계없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또 다른 이정표를 달성하며 세계 최고가치 실물자산 중 하나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이미 은을 넘어섰고 이제는 금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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