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23년 만에 엔론(Enron)이 암호화폐와 NFT 사업을 내세워 깜짝 컴백을 시도했지만, '새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풍자 예술가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3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기업 사기의 상징이 된 텍사스 기반 에너지 기업 엔론이 23년 만에 화려한 웹사이트와 모호한 발표, '글로벌 에너지 위기 해결'을 약속하는 보도자료로 부활을 시도했다. 상표권 출원에 따르면 대체불가능토큰(NFT)과 '암호화폐 거래소 서비스'를 언급하며 암호화폐 사업 진출도 암시했다.
그러나 화려한 브랜딩 뒤에는 뜻밖의 반전이 숨어있다. 이는 20년 전 파산한 엔론이 아닌 '새는 실재하지 않는다'(Birds Aren't Real) 음모론을 만든 팀이 기획한 풍자적 리브랜딩으로 드러났다. 이 음모론은 새가 사실은 미국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드론이라고 주장한다.
12월 2일 엔론의 파산 신청 기념일에 맞춰 엔론 이름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이 일련의 발표를 시작했다. 1분짜리 영상은 도시 스카이라인, 발레리나, 엔론 로고를 만드는 사람들 등 기업 이미지를 모아 보여줬다. 새로 런칭한 웹사이트는 세계 에너지 문제 해결이라는 미션을 가진 회사의 재탄생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호하다.
이 새로운 엔론 브랜드는 '새는 실재하지 않는다' 운동의 공동 창시자 코너 게이도스(Connor Gaydos)가 기획했다. 게이도스는 2020년 엔론 상표권을 275달러에 구매해 2월 델라웨어주에 새 법인을 설립했다.
1985년 설립된 엔론은 에너지 산업의 혁신기업으로 평가됐으나, 부정 회계 관행이 드러나며 몰락했다. 임원들은 창의적 회계로 부채를 숨기고 수익을 부풀렸고, 주가는 최고점 90.75달러에서 파산 시 0.26달러로 폭락했다.
엔론은 2001년 12월 파산을 신청했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주주 가치가 수십억 달러 증발했다. 이 사태로 기업 감독이 전환점을 맞았고, 재무보고와 회사 감사에 더 엄격한 규칙을 정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됐다.
그래서 엔론의 컴백, 특히 암호화폐와 연계된 컴백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는 리브랜딩을 범죄로 보고 있고, 다른 이들은 기업 문화와 금융 산업의 자기 혁신 경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해석한다.
웹사이트 이용약관에 따르면 웹사이트의 정보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패러디이자 퍼포먼스 아트이며 오직 엔터테인먼트 목적"이라고 밝혔다.
게이도스와 그의 협력자 피터 맥킨도(Peter McIndoe)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뉴욕 기반 PR회사 스투 로저 앤 컴퍼니(Stu Loeser & Co.)의 언론 담당자에게 보낸 문의는 "곧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겠다"는 모호한 약속 외에는 답변이 없었다.
한편 새로운 엔론의 카운트다운 시계는 12월 9일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계속 돌아가고 있고, 상품도 계속 판매되고 있다. 이 시도가 영리한 풍자인지, 기회주의적 영리 행위인지, 또는 둘 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엔론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사람들을 매혹하고 양분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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