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과 주류화 속에 산업 감독과 제재를 강화하는 규제 입법 작업은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산업 내 역할과 비중이 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초점이 모였다. 대중적 투자 공간이 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가상자산 입법이 진행 중이다. 임의 변경과 임의 적용이 가능한 내부 기준이 아니라 법과 규제라는 강제성 있는 외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2019년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침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을 막기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특금법 개정안은 2020년 3월 의회를 통과해 2021년 3월 25일 법 효력이 발생했으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특금법 개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에만 운영을 허용하는 VASP 신고제가 가동 중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확인 가능한 은행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행 등의 자격조건이 높은 진입 장벽이 되면서 산업은 한 차례 정리됐다.
이후 특금법 시행령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절차와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업자와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암호화폐 취급 금지, 사업자와 임직원이 보유한 암호화폐 거래(자전거래) 금지 등 실질적이고 촘촘한 기준을 세우며 거래소의 내부거래, 이해충돌 등 위험 요인을 제거했다. 또 사업자·임원·대주주 적격성 심사, 불공정거래행위 감시체계 구축, 코인 상장 기준 수립 등 운영 전반을 직접 감독하는 전방위 규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달 초 금융당국은 직원 개인의 일탈로 간주되고 있는 상장 비리와 관련해 거래소에 법적 책임을 묻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업과 관련해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금전을 받는 등 상장 비리가 있을 경우 사업자에 대한 직권말소까지 가능해진다는 내용이다. 명확한 상장 기준 및 철저한 절차의 미비, 결정권 집중 등 상장 비리를 가능하게 했던 허점을 남겨두지 않도록 거래소 차원에서의 방지대책 마련과 내부통제 강화가 요구된다.
시장을 정밀 관리 감독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2023년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7월 19일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특금법에 더해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시장과 사업자에 대한 당국 감독·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보강했다. 금융투자상품과 유사한 가상자산에 준하는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불법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여 선의의 시장 참여자 피해를 최소화할 전망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예치금 분리 보관, 예치금 양도·담보 제공의 금지, 콜드월렛 의무 보관 비율 상향, 해킹 대비 보험 가입과 준비금 적립,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 및 운영 등이 요구될 예정이다.
산업 토양을 빈약하고 부실하게 만들었던 불공정거래행위도 다룬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자기발행 가상자산 매매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이 금지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보호 강화와 불법 행위 근절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후속법령을 제정하고, 법인 거래 허용, 상장·공시 기준 마련 등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둔 2단계 입법도 진행한다.
금융 당국은 이달 11일 “금융부문에서의 디지털 신기술이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차질 없는 시행과 성공적인 안착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사업자에 이상거래 감시체계, 내부통제체계 구축 등 법 시행을 위한 제반사항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시장 신뢰회복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당국이 규제이행 준비를 적극 지원하고 효율적인 감독·검사·조사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 시행 이후 규제 준수여부를 중점 점검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상자산감독국은 이용자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규율체계 구축 ▲가상자산시장 맞춤형 감독방안 수립 ▲효율적인 검사를 통한 가상자산 시장질서 확립 계획을 밝혔으며, 가상자산조사국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대응을 위한 조사체계를 구축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선제적 상시감시와 중요사건 신속 조사 계획을 공유했다.
뿌리 깊은 불건전 DNA
규제와 처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는 최근까지도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전거래, 시세조종을 유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채택하며 과거 불공정거래행위 문제에 대한 둔감함을 드러냈다.
빗썸은 작년 12월 27일 코인마켓캡 거래량 기준 국내 점유율 51%를 기록하며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업비트(47%)를 제쳤다. 수수료 무료 정책, 지정가(메이커) 리워드 이벤트 등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벤트 관련 시장 움직임을 토대로 마켓메이킹과 시세조종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거래소는 하루 보상 한도를 설정하고, 자전거래로 판단될 경우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2023년 10월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원화마켓 변경 심사를 받은 한빗코는 고객확인과 트래블룰 미이행 등 특금법 위반 사항이 발견돼 기관 주의 및 19억원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규제당국은 가상자산 발행재단 관계자의 빈번한 자전거래에 대해 거래소가 조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법 시행이 다가왔지만 거래소의 인식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규제 확립과 시스템 보강을 넘어 업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상자산 관련 법, 성장과 도약 위한 레일
신생 산업은 규제가 허용하는 최대치를 활용해 혁신을 꾀하기 마련이지만, 법적 허점과 빈틈만 노리는 그림자 금융에 그치지 않기 위해 업계는 어려운 적응 단계를 밟아야 한다. 헐렁한 도덕적·윤리적 잣대를 버리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도 끝을 맺어야 한다.
가상자산은 이미 금융시장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인해 자금과 투자자 기반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 금융 시장은 실물자산 토큰화 등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인프라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류 시장에 가까워질수록 검증 작업은 더 까다로워진다. 더 엄격한 기준과 시스템적인 안전장치를 발전시켜가는 전통 금융 시장과 함께 발맞춰가야 할 책임이 무겁다. 산업이 나서서 투자자 보호, 시장 안정, 건전 산업 육성 방안을 고민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제도적 개입은 건전한 산업 관행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만들어 생태계 안정성과 신뢰도를 개선한다. 명확한 규제 기준과 강력한 처벌은 급성장한 시장에 남은 불법과 반칙, 일탈 행위를 뿌리 뽑아 위험 요인과 불신, 불안을 해소하며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
시장 투명성과 투자자 신뢰를 위한 원칙과 질서가 '구속(拘束)'이 아니라 더 많은 시장 참여자와 자본을 질서있게 수용하고 원활히 작동하게 만들어줄 활로이자 산업 성장과 반등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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