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SEC의 증권법 정의의 적합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 담당 판사 캐서린 폴크 파일라는 SEC와 코인베이스 소송 관련 구두변론에서 SEC의 증권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SEC는 작년 6월 미등록 거래소, 브로커, 청산기관 운영 및 미등록 증권 취급 등의 혐의로 코인베이스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거래소는 작년 8월 법원에 해당 소송에 대한 기각을 신청했다.
SEC는 토큰 프로젝트가 구매자에게 특정한 약속을 하고 구매자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토큰을 구매했기 때문에 거래소 상장 토큰이 투자계약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측은 "구매자가 서명한 정식 계약서가 없어도 투자계약이 될 수 있다는 SEC 의견에 동의하지만, 구매자가 토큰 백서나 기타 정보를 읽었다고 투자계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집행 가능한 약속을 전달하기 위한 진술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투자계약으로 간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판사는 이날 구두변론 자리에서 증권과 스테이킹의 정의를 질문하면서 증권에 대한 SEC의 주장이 너무 광범위해 '수집품'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1933년의 증권법이 시대에 뒤떨어져 암호화폐 같은 신기술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코인베이스가 서비스형 스테이킹 프로그램을 통해 미등록 증권 공모에 관여했다는 SEC의 주장에 대해서도 "SEC가 문제 삼은 기능 중 스테이킹이 가장 전통 투자와 거리가 멀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두변론에서는 정치 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은 규제기관이 아니라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요질문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도 언급됐다. 이는 SEC 규제에 대한 암호화폐 산업의 방어 논리 중 하나로 채택되고 있다.
SEC 측 변호사들은 "수집품을 증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집품은 고유 가치가 있으며, 이를 더 가치 있게 만들 방법(중앙화된 주체의 노력)은 없다고 주장했다.
SEC가 비트코인을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비트코인 뒤에는 생태계가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 구매가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질문원칙은 모든 이들이 자기 차선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증권 판별을 위한 '하위테스트' 역시 의회가 제정한 것으로 무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 담당 판사 캐서린 폴크 파일라는 소송 기각과 관련해 최종판결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구두변론을 마쳤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6주 안에 최종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기각 신청이 거부되면 증거개시절차로 넘어가며 이를 마치면 두 기관 모두 약식판결을 신청할 수 있다. 약식판결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판으로 진행돼 배심원 판결을 받게 된다.
리플, 테라폼랩스 소송에서는 법원이 '증권성'에 대해 판단을 내놨었지만, 파일라 판사는 다른 암호화폐 관련 소송에서 증권성 판단을 '의회의 영역'으로 남겨둔 바 있다. 그는 유니스왑 랩스, 유니스왑 재단과 투자사 패러다임, 안드레센 호로위츠,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에 제기된 집단소송을 기각하면서 "연방 증권법 확장이 의회의 영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