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산·소비·투자 경제활동이 이미 2분기 중반에 들어선 현재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될 거라고 여겼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실질 성장률을 1.5%(전년 대비)로 크게 낮췄다.
5월 기준 주요 기관의 전망치는 1.1~1.6%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1% 초반대 성장도 위태롭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DI는 11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 자료에서 "국내 민간소비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올해 국내총생산 실질 성장율이 전년 대비 1.5%에 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이는 지난 2월에 내놓은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상·하반기 성장율 전망치를 보면, 지난 2월 각각 1.1%, 2.4%에서 이번에 각각 0.9%, 2.1%로 수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반도체 산업 실적치가 2월에 예상한 것보다 안 좋았고, (반도체)재고도 많이 쌓여 있다"며 "재고 소진과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거란 판단에 상·하반기 모두 성장률을 낮췄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 회복이 더디면 올해 1%대 초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위험(하강 및 상승) 요인은 반도체 수요, 중국경제 회복 속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금융시장 불안, 미국경제 침체를 둘러싼 높은 불확실성 등이다.
KDI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주요 경제전망기관들도 최근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들어 한국금융연구원은 1.3%를 제시하며 지난해 12월(1.7%)보다 0.4%포인트를 내렸고, 앞서 지난달에 국제통화기금(IMF)은 1.5%를 전망해 지난 1월(1.7%, 직전 전망 대비 -0.3%포인트)에 이어 또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1.6%(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1%포인트)인데, 오는 25일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또 한번 낮출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3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에 1.6%를 제시해 지난해 11월 당시 전망(1.8%)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최근 이전 전망치(지난해 12월 1.4%)보다 0.3%포인트 내린 1.1%를 제시했다. 주요 8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치(4월 기준)도 1.1%에 불과하다.
최근 기관마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배경으로는 지속적인 반도체 경기기와 더불어 중국경제 회복 기대의 후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경제가 내수 소비·판매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을뿐 우리 산업·기업의 중간재 제품 수출과 직접 연계되는 생산·투자지출에서는 여전히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