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9.4% 폭락하며 은행 위기 재점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루 종일 투매가 이어지면서 주식 거래가 여러 차례 중단되는 등 혼란을 키우며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번 사태는 전날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발표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건드린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이후 파산 위기 가능성이 높은 다음 주자로 꼽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집중됐던 은행이다. 은행위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1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티모시 코피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최고의 전환을 성취해야 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할 DNA가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퍼스트리퍼블릭 경영진은 주요 사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신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 감축을 위해 20~25%의 감원에 나선다.
이와 관련, 오토너머스리서치의 데이빗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퍼스트리퍼블릭은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이 실적 발표 후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많은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회사가 실제로 대처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며 미국 은행권 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특정 은행에 대해 발언할 수 없지만 "규제 당국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재무 상태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받은 1060억 달러(한화 약 141조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은행의 대출로 얻는 이자보다 많아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날 팩웨스트, 노던트러스트 등 다른 지역은행 주가도 동반 추락했다. KBW나스닥은행지수와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각각 4% 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