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비트,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 사상 최고치 기록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Deribit)'의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 규모가 2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결제약정은 거래자가 매매한 선물·옵션 계약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의 계약을 말한다.

데리비트는 "이날 미결제약정이 200억 달러(한화 약 25조592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은 117억 달러(한화 약 14조9736억원), 이더리움 옵션 미결제약정은 69억 달러(한화 약 8조8306억원)에 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도 암호화폐 선물과 옵션 계약의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ME 측은 21일 비트코인 옵션의 일일 미결제약정이 15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985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일평균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도 사상 최대치인 9억 3600만 달러(한화 약 1조1982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주 동안 실버게이트 은행,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 등 미국 전통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이 같은 미결제약정 신기록이 나왔다.

루크 스트라이저스(Luuk Strijers) 데리비트 최고커머셜책임자(CCO)는 "미결제약정 증가는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 특히 은행 시스템에 대한 헤징(hedging, 손실 대비) 역할을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과거 물가 상승 헤징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지만, 결국 의도대로 작동하며 높은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 역시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위험 자산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노미알(Bitnomial) CEO인 루크 호어스텐(Luke Hoersten)도 은행 위기를 비트코인 파생상품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가 담보하는 예금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비트코인이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노미알 CEO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가격 변동 시 자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선물과 옵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ZX 스퀘어드 캐피털(ZX Squared Capital)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CK 정(CK Zheng)은 "지난해 11월 FTX 파산으로 비트코인이 바닥을 찍은 후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 위기는 정부의 화폐 발행에 대항하는 비트코인이 일종의 디지털 금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ZX 스퀘어드 CIO는 암호화폐 채굴 기업처럼 비트코인을 처분해야 하는 매도자가 많지 않으며 업계 레버리지 역시 더 이상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CIO는 데리비트의 비트코인 옵션 계약은 대부분 행사 가격 3만 달러에 체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비트코인의 다음 저항선은 3만 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 단기적으로 매우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준이 은행 위기보다 물가에 무게를 두고,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늘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p를 인상해 4.75~5.00%p로 상향 조정했다. 지속적인 금리인상 의지를 꺾었지만, 물가 상황과 금융 위기에 따라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3월 23일 오후 2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3.12% 내린 2만7393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