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생태계의 핵심 기술 암호화폐,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을 통해 출판업계가 수익 창출 방안과 판권 소유 방식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월간 매거진 에스콰이어는 '책을 바꿀 암호화폐 혁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책의 출판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혁신하며, 작가와 독자에게 선사할 새로운 기회들을 소개했다.
글은 "독자가 해리포터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웹3 출판 스타트업들이 "독자가 책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책에서 파생된 여러 생태계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래를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보통 책 판매 부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해리포터처럼 영화화되거나 관련 상품, 테마파크 등 많은 부가 산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책 발간이 생계가 되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책 수요는 점점 줄고 출판 산업은 침체되고 있다. 북스탯에 따르면 2020년 발간된 책은 260만권인데, 이 중 96%는 1000부 미만이 팔렸다. 10만권 넘게 팔린 책은 268권뿐이다.
한편, 웹3 기술을 출판계 혁신의 미래로 보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을 통해 독자가 좋은 작품에 투자할 기회, 미래 투자 수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한 웹3 기술을 통해 책과 긴밀히 연결된 독자들이 책을 활용한 부가 가치 창출에 더욱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판 스타트업 리들(Readl)은 "책 한 권의 가치를 10달러에서 1만 달러, 혹은 10만 달러의 투자 기회로 바꾸는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더 잘 되도록 적극 참여하는 독자층이 구축되는 미래를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로서의 독자, 자금 조달과 수익 공유
웹3 기반 출판사들은 출판사나 작가가 판권을 갖는 모델에서 더 나아가 독자가 투자자이자 참여자로서 작가와 소유권과 이해를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작가가 독자와 작품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이 출판에 앞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책을 홍보하는 방안,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지만, 정보를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개인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웹3 인프라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이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소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상, 음원 등을 소유하면 해당 콘텐츠가 이용될 때마다 그에 따른 보상도 받을 수 있으며, 콘텐츠 소유권을 재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밀리 시걸이라는 작가는 5000부의 판매고를 올린 ‘머큐리 레트로그레이드’라는 첫작을 내고, 두 번째 작품 '번 알파(Burn Alpha)'를 발간하기 위해 미러(Mirror)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미러는 작가가 이더리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는 책 지분을 나타내는 '토큰'을 받는다.
"더 오랜 기간 재정적 부담 없이 창작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더 나은 출판 방식이 필요했다"고 밝힌 에밀리 시걸은 미러에서 하루 만에 104명의 투자자로부터 25 ETH, 당시 5만2000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미러는 작가가 자신의 지분 비율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에밀리 시걸은 책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투자자가 소유하도록 했다.
이미 전통적인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도 활성화돼 있지만, 웹3 기반 크라우드 펀딩은 보다 광범위하고 손쉬운 접근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투자 가치를 발굴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
출판 스타트업 솔타입(Soltype)은 독자가 작가에게 팁(tip,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소셜 독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솔타입은 최초 후원자 10명에게 후원 수익풀의 5%를 할당한다. 미래 후원금은 작가가 절반, 초기 후원자 10인이 20%, 도서 NFT 보유자가 20%를 나누게 된다. 솔타입은 남은 1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국내 테크 미디어 기업 퍼블리시(PUBLISH)는 리드앤드언(R&E) 서비스 퍼블리시링크(PUBLISHlink) 제공하고 있다. 기사를 읽고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등 독자 참여에 자체 토큰 NEWS로 보상하고 있다. 언론사가 자체 기사를 NFT로 발행할 수 있는 퍼블리시링크 NFT 위젯도 지원하고 있다. NFT 솔루션 '퍼블리시민트(PUBLISHmint)'도 출시해 누구나 콘텐츠 창작 활동에 NFT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랩스(Alexandria Labs)는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소장은 소수만 할 수 있는 NFT 도서관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부유층이 예술가를 지원하고 대중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던 고대 후원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아멜리 래스커 공동 설립자는 플랫펌이 "미래 메타버스를 위한 훌륭한 도서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모델은 대형 투자를 통해 유지되며 책은 수집품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판매량과 상관없는 또 다른 수익 구조가 될 수 있다. 일반 예술품과 달리,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디지털 객체는 계속 추적이 가능하다. 때문에 작가는 작품에 대한 특정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재판매 시에 투자자들과 함께 수익 배당금을 받는다.
◇'참여자'로서의 독자, 더 많은 혜택·더 많은 참여
출판 스타트업 패러그래프(Paragraph)는 참여 독자에게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할 방안으로 토큰 게이팅(token gating)을 제시했다. 작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토큰을 보유한 독자에게 독점적 혜택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디스코드 커뮤니티 멤버십, 뉴스레터, 특별판, 프라이빗 행사 초청 등을 통해 대형 토큰 보유자에 보상할 수 있다. 비하인드 콘텐츠의 우선 제공권, 작품 방향에 의견 제시 기회 등도 제공할 수 있다.
독자가 기존 작품의 캐릭터를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팬픽션 부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팬픽션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팬픽션 플랫폼 AO3(Archive of Ower Own)에는 35만5595개의 해리포터 팬픽션 작품이 올라올 만큼 인기가 있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은 작품 내 캐릭터를 임의 활용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보기도 한다.
이에 웹3 기술을 활용해 캐릭터와 수익 권한을 연결해 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게임, 방송, 영화, 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업체 아딤(Adim)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NFT를 배분하고, 이를 통해 상품화될 경우 수익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16z 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관련 투자 트윗에 "NFT를 통해 캐릭터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작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형 플랫폼들도 출판 산업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추어 작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왓패드는 웹3 시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왓패드는 영미권 인터넷 소설, 팬픽션 등을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500만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9400만 독자가 매일 한 시간 가량을 머무는 인기 앱이다.
잔 램 왓패드 대표는 웹3 기술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작가와 독자를 연결할 많은 기능을 작업 중"이라면서 "독자와 작가가 서로 발견하고 보상할 방안에 대해 투자하고 있고, 작가가 팬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캐시디 로버슨 왓패드 상품 총괄은 "다른 이들이 기존 플랫폼을 혁신하기 앞서, 자체적으로 혁신하기 원한다"면서 "다른 기술처럼 작가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입증된 활용 사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우선순위는 더 많은 작가들이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툴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3 출판 산업은 작가를 지원 커뮤니티와 더욱 손쉽게 연결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 출판 방식과 웹3 기반 출판 모델의 공존과 상호 보완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모델을 구현하고, 수익성을 검증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은 많지만 이 같은 영역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