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누가 더 중앙화 된 체인이지?
포필러스(Four Pillars)
2024.12.16 18:51:29
Written by Steve, Commented by Jay
Key Takeaways
- 블록체인 투자 시장은 ICO와 VC 주도의 프라이빗 시장을 거쳐서 다시금 커뮤니티 기반의 펀딩으로 돌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VC들이 비교적 싼 가격에 투자를 진행한 뒤, 토큰을 높은 밸류에 상장시키고 리테일에 판매하는 사태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 하이퍼리퀴드는 이러한 시장에서 "커뮤니티 에어드랍 70%"라는 파격적인 토크노믹스를 가지고 나왔고, 이와 함께 압도적인 제품을 함께 선보이면서 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 하이퍼리퀴드가 "중앙화되어 있다"라는 비판들도 보이지만, 사실 하이퍼리퀴드를 중앙화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여러 요소에서 오히려 탈중앙화되어 있고 블록체인의 정신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느낀다. 진짜 중앙화된 체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1. 하이퍼 리퀴드 - 새로운 기준을 세운 이단아
1.1 블록체인을 만드는데엔 리소스가 많이 소모된다. 해서…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들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 업계도 여느 제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초기 자본 조달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 왔다. 아무리 업계가 탈중앙화를 외치고 커뮤니티를 외쳐도 블록체인 인프라 설계와 실행에는 많은 리소스가 들었고, 이에 결국 모든 프로젝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초기에 자금을 조달했다.
물론 ICO와 같은 커뮤니티에 의한 자금 조달 모델이 블록체인의 '사상'과 가장 부합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었으나, '탈중앙화'를 빙자한 금융 사기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추세는 다른 업계와 비슷하게 VC(Venture Capital)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토큰을 내어주는 형태의 투자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다.
1.2 자금조달을 빙자한 돈잔치
하지만 무엇이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처음엔 ICO를 통한 금융 사기를 방지하면서도, 능력 있는 초기 투자자들과 인센티브를 일치시켜서 훌륭한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초기 VC들에게 투자를 받았겠지만, 시장이 과열되고 유망한 블록체인에 대한 과수요가 발생하면서 VC 투자 시장에도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2019년, 2021년만 하더라도 초기 투자금이 $10M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었고, $50M을 넘기면 정말로 많이 받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100M을 넘기면 "비싸다"는 생각이 팽배하였다. 하지만 투자 시장에 거품이 끼자 제대로 된 제품도 없는 상태에서 $500M, 더 나아가 $1B, $5B라는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가지게 된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러한 형태는 굉장히 비이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보통 전통 산업에서도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고, 세상에 큰 임팩트를 줘야 유니콘(가치 $1B 이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시장에선 아직 제품 출시 전에(메인넷 전에) 이미 유니콘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터무니없이 올라간 가치를 누가 받쳐주느냐다. 결국 받쳐주는 것은 리테일 투자자다. 즉 VC들은 말도 안 되는 가치에 많은 돈을 투자해서 리테일 시장에 던지는 것이다. 프로젝트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에 많은 자금을 조달하여 "프로토콜 빌딩" 외에도 다양한 곳들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굿즈를 만드는 것이든, 파티를 하는 것이든 방만하게 돈을 사용하는 프로토콜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데 꼭 필요했는가? 사실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필자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1.3 무엇을 위한 투자인가
초기에 많은 자본을 조달하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였다. 결국 이더리움 이후의 대부분의 인프라들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 형태로 블록체인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들이 초기에 많은 물량의 토큰을 초기 투자자들에게 할당한다는 것은 블록체인 자체의 영향력도 초기 투자자들에게 많이 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블록체인이 추구했던 '공정함'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원래의 블록체인은 유명한 투자자들에게 먼저 물량을 할당하거나, 독점적인 투자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다. 누가 되었든 그 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에 맞는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 블록체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아는 블록체인은 그렇지 않다. 그 체인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봤어도, 내가 유명하지 않거나 영향력이 없거나 VC가 아니라면 투자할 수 없다. 일반인들이 시장에서 토큰을 구매할 수 있을 때쯤엔 이미 그 가치는 유니콘을 넘어서 있다. 이제는 기회가 돈 많고, 인맥이 넓고, 목소리가 큰 자(어쩌면 이 카테고리에 필자도 해당될지 모른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러한 현상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리테일 투자자들도 이 현상에 대한 불만을 갖기보다는 '인정'하는 추세였고, 오히려 초기에 투자한 VC들의 능력과 전적을 보면서 투자에 큰 참고를 할 정도였다.
1.4 하지만 생기는 균열 - High FDV and Low Float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VC가 투자한 토큰들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VC가 투자한 대부분의 토큰들이 가격적으로 큰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보통 자산이 하락하면 사람들은 하락한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 크게 하락한 토큰들은 VC가 투자했고, 굉장히 높은 가치로 상장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게 결국 VC가 투자한 비싼 토큰들에 대한 반감을 사게 되었고, 일부의 반감은 밈코인으로 이어지면서 밈코인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리는 밈코인 전성시대가 도래하기도 하였다. 밈코인은 아무런 쓸모도 없지만(사실 이는 밈코인이 아닌 대부분의 토큰들에 적용되는 비판점이기도 하다), 적어도 공정하게 런칭하니까 메리트가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VC들의 "유동성 출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자신들도 이제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High FDV Low Float이라는 단어도 어찌 보면 VC가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시장에 상장돼서 토큰을 덤핑하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시점에 "커뮤니티의, 커뮤니티에 의한, 커뮤니티를 위한" 블록체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이퍼리퀴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1.5 이단아의 등장 - 하이퍼리퀴드
하이퍼리퀴드는 여태까지 크립토 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성향에 대한 "반(Antithese)"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시장이 원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하이퍼리퀴드가 주목받기 전부터 이미 시장은 VC들이 투자한 토큰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반감이 투영된 곳이 바로 밈코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밈코인은 적어도 초기 투자를 받지 않고 공정하게 런칭했기 때문이다(사실 이것도 나중에는 희석이 되어서 내부자들 간의 거래가 발생하긴 했지만, 주요 코인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타이밍과 기가 막히게 맞물려서 하이퍼리퀴드는 시장의 엄청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Source: ASXN
하이퍼리퀴드가 주목을 받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프라이빗 투자를 받지 않았기에 가능한 극단적인 수준의 '에어드랍 물량'이었다. 하이퍼리퀴드는 자그마치 전체 토큰 물량의 70%를 커뮤니티에 할당하기로 하면서, 그 어떤 PoS 체인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에어드랍 물량을 할당했다. 말 그대로 커뮤니티가 하이퍼리퀴드 블록체인의 최대 수혜자이자 의사결정권자가 되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에어드랍만 해준다고 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퍼리퀴드의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과 하이퍼리퀴드의 파운더인 Jeff가 가진 철학은 충성 커뮤니티와 고객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이퍼리퀴드가 포인트 프로그램이 끝났음에도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하이퍼리퀴드의 성공에는 에어드랍만 있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전략에 대해서는 포필러스의 Ponyo가 작성한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하이퍼리퀴드를 참고하시라)
하지만 큰 주목을 받으면 반드시 이에 대한 싫은 소리들도 존재하는 법. 혹자들은 하이퍼리퀴드가 '중앙화'되어 있다며 하이퍼리퀴드를 비판했다.
Source: Peter Kris
이도 그럴 것이, 하이퍼리퀴드는 굉장히 중앙화 되어있고(토큰 런칭 전 까지는 벨리데이터를 거의 재단이 운영하였고, 소스코드도 오픈 되어있지 않다), 이는 어찌보면 블록체인 스럽지 않은 부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 이 글을 통해서 정말로 하이퍼리퀴드가 중앙화 되어있는지, 탈중앙화의 뜻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논의해보고자 한다.
2. 시사점 - 무엇이 중한디? 누가 더 중앙화 된 체인인가?
2.1 탈 중앙화가 뭔데?
일단 필자는 블록체인에서 탈중앙화를 논할 때 두 가지의 카테고리로 그 성격을 분류한다. 1) 기술적 탈중앙화(기술의 기반 구조상 단일 실패 지점이 없음) 2) 정치적 탈중앙화(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음)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 1번을 논할 때는 체인을 구동하고 있는 밸리데이터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밸리데이터들이 얼마나 물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지를 많이 본다. 또한 체인의 클라이언트가 다양하고, 스토리지 노드와 RPC 노드들의 수도 포함된다.
1의 관점에서 하이퍼리퀴드는 "중앙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의 경우에는 하이퍼리퀴드가 단기적으로 "중앙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그 어떤 체인들보다도 탈중앙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려 70%의 토큰을 커뮤니티/사용자가 얻게 되니 말이다. 만약 VC들이 토큰을 얻고 싶다면 리테일들과 똑같은 가격에 HYPE 토큰을 사야 했다. 이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탈중앙화되어 있는 체인이 있을 수 있을까?
2.2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이 더 중요한가? 밸리데이터는 100개 이상이면서, VC들에게 조 단위($B)로 투자를 받고, VC들에게 할당된 토큰들은 락업 없이 위임을 가능하게 해서 초기 블록체인에 대한 권한을 VC들에게 건네주는 블록체인? 아니면 밸리데이터는 몇 개 없지만 초기에 어떤 VC들도 참여하지 않았고 VC들이나 사용자들이나 커뮤니티 구성원이 같은 기회를 가지고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권한도 동등한 블록체인?
무엇이 더 탈중앙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무엇이 좋다 나쁘다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 하이퍼리퀴드의 "중앙화"에 대한 비판이 얼마나 주관적인 기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다.
2.2.1 PoS의 모순: 벨리데이터의 수가 전부가 아니다
밸리데이터의 수는 사실 PoS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살펴볼 수 있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지 이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밸리데이터의 수가 천 개, 만 개라고 할지라도 결국 이들에게 "위임(Delegation)"을 해주는 주체가 하나라고 하면, 이것은 탈중앙화되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PoS 체인의 탈중앙화를 논할 때 반드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2.2.2 커뮤니티는 밈이 아니다
모든 블록체인들은 "커뮤니티"를 엄청 강조하는데, 사실 이들이 얼마나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를 때가 많다. 트위터로 "커뮤니티를 생각한다"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커뮤니티에 얼마의 보상이 있는지?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체인에 적용되는지? 오픈소스이지만 커뮤니티를 밈으로 받아들이는 체인과, 클로즈드 소스지만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체인, 어떤 것이 더 블록체인 정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2.3 각자만의 가치가 있다
모두가 하이퍼리퀴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하이퍼리퀴드 팀은 하이퍼리퀴드를 만들기 전에도 그 정도 비용을 감당할 준비까지 해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하이퍼리퀴드는 업계에 굉장히 큰 경종을 울려줬다. 이 시장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해주었고, 탈중앙화를 비롯한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펀딩의 측면에서도, 하이퍼리퀴드의 성공은 앞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B 밸류에이션에 몇 백억씩 레이징하는 일을 억제할 것이다(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제품 MVP도 안 나온 프로젝트가 ~$B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결과적으로 이 시장을 더 건전하게 만든다는 것이 하이퍼리퀴드가 가지는 가치요, 상징성이다. 필자는 하이퍼리퀴드에서 트레이딩을 해본 적도 없고,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리서처로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계속해서 언급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이퍼리퀴드는 그냥 L1의 의미를 아득히 넘어선 가치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HyperEVM(하이퍼리퀴드가 가상머신을 지원하게 될 것인데, 그 이름이 HyperEVM이다)이 나오고 하이퍼리퀴드 생태계가 얼마나 차별점을 둘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미 전례 없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고, 결국 생태계의 '차별점'은 기술적 설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블록체인은 '강제력 없는 국가'와 같다. 사람들이 모이고 각자의 문화를 가진다는 점은 기존 국가와 비슷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기존의 국가와 다르다. 그 뜻은, 블록체인이라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가가 강제력으로 하고자 했던 것들을(국민들이 국가를 이탈하고 다른 생태계로 가는 것을 막는다든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퍼리퀴드는 충성 사용자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으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게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단순히 하이퍼리퀴드를 "중앙화되어 있다"라는 비판으로 무시하기엔 너무나도 큰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자, 이제 누가 중앙화된 체인이지?
3. 다른 사람들의 의견
3.1 Four Pillars의 Jay Jeong - 하이퍼리퀴드의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은 가치평가 프레임워크의 발전 및 채택의 필요성
3.1.1 정(正)과 반(反), 두 양극단의 런칭 사례
TGE는 단연코 커뮤니티와 프로젝트가 모두 학수고대하는 중요 이벤트 중 하나일 것이다.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구상했던 프로덕트에 대해 시장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커뮤니티 역시 그동안의 프로젝트 성과와 앞으로 제시될 로드맵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에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올해 하반기도 많은 프로젝트들의 TGE가 관심을 받았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프로젝트들을 고르라한다면 단연코 하이퍼리퀴드(Hyerliquid)와 무브먼트(Movement)가 손에 꼽힐 것이다. 하지만 두 프로젝트의 TGE 이후 시장의 반응은 놀랍게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토큰 런칭 이후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하며 지속적인 신규유입의 모멘텀이 이어지고있다. 반면, 무브먼트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게 가격이 체결된 초기 이후, 반등의 기미나 커뮤니티의 신규유입은 잘 관찰되지 않는다.
물론 두 프로젝트 모두 각자의 원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시장이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대감이 TGE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모멘텀을 가져가고 있는지 여부는 타 신규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앞으로 런칭을 준비하고 커뮤니티를 관리하는데에 있어서,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기대하는 프로젝트의 투자 시점을 결정하는데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두 프로젝트의 각 모멘텀을 결정지은 주요 운영적인 차이는 아래와 같다:
커뮤니티 친화적인 토크노믹스
- 하이퍼리퀴드는 무브먼트와 같이 자금 조달 및 전략적 투자를 위해 VC 라운드 혹은 KOL 라운드와 같은 별도의 프라이빗 계약을 진행하는 대신, 커뮤니티에게 분배되는 토큰의 양이 전체 토큰 발행량의 70% 수준으로 되도록 토크노믹스를 설계하였다.
- 하이퍼리퀴드는 이 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많은 양(즉, 전체 토큰 발행량의 31%)의 토큰을 TGE 때 커뮤니티에게 분배하였다.
- 무브먼트는 전체 토큰 발행량의 22.5%가 백커들에게 할당되어있으며, TGE 때는 전체 토큰 발행량의 10%를 커뮤니티에 분배하였다.
- 무브먼트의 토크노믹스에 따르면, 추후 ‘Ecosystem & Community’ 의 항목으로 할당되는 토큰량은 전체 토큰 발행량의 40%이지만, 생태계를 위한 토큰 할당을 제외하고 정확하게 커뮤니티에 직접적으로 할당하는 토큰의 양은 아직 산정이 불가능하다(e.g., 무브먼트는 전체 토큰 할당량의 7%를 바이낸스에 할당하였다).
단일화된 스팟에서 커뮤니티에 의해 결정되는 토큰 가격
- 무브먼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TGE와 함께 여러 대형 CEX들에 상장되는 경우가 많다.
- 이 때 상장가는 각 CEX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르며, 토큰의 글로벌 가격은 주로 대형CEX의 가격에 의존한다.
- 하지만 해당 토큰이 많은 CEX에 상장될수록 유동성이 더욱 파편화되기 때문에, 마켓 메이킹에 취약해질 수 있다.
-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대형 CEX에 상장하기보다는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동성을 집중시켜 커뮤니티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였다.
토큰의 가치 제고를 측정할 수 있는 요소의 증명 여부
-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크립토 선물 DEX 시장에서 약 45%의 점유율을 차지할만큼 우월한 퍼포먼스를 이미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수수료를 소각 혹은 바이백하는 구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토큰의 가치를 제고하고 안정화하려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무브먼트의 경우, 아직 Movement Network 퍼블릭 메인넷 출시 전인 메인넷 베타단계로, 네이티브 토큰이 아닌 ERC-20 표준으로 토큰을 임시로 발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직 토큰이 활발하게 쓰일 수 있는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하였다.
많은 기대감을 모으며 런칭했던 프로젝트들 중에서도 특히 극단적인 비교를 위하여 하이퍼리퀴드와 무브먼트의 예를 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운영 전략들은 비단 이 두 프로젝트들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이퍼리퀴드와 같은 사례는 단일 플랫폼으로 bottom-up 형식으로 커뮤니티에 의해 가격이 조성되는 수많은 밈코인들이 또 다른 예시가 될 수 있으며 무브먼트의 사례는 최근 몇년간 런칭되었던 수많은 유명 프로토콜 프로젝트들을 대표한다.
3.1.2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토큰, 다른 수익 실현 가격 - 가치평가의 허점
또한, 이러한 사례들로부터 또 한 가지 더욱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항목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반’ 하는 방식으로 런칭한 하이퍼리퀴드와 같은 사례가 업계에 큰 경종을 울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였을 때, 결국 그 원인은 프로젝트의 토큰 가격을 최대한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가치평가를 위한 방법론이 발달하지 못한 데에 있다.
가치평가는 투자자들로하여금 수익 실현 가격대를 형성하게 하므로, 그 방법론에 대한 연구와 채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시장은 가치평가 방법론이 고도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은 어느새 수많은 VC들이 불명확한 기준으로 산정해놓은 가치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미쳐 접하지 못한 다른 투자자들은 CEX에 최초로 상장된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외에도 비슷한 프로젝트의 마켓캡은 어느 정도 인지, 혹은 소위 KOL들로 불리는 크릡토 인플루언서들이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얼마나 쉴링하는 지 그 정도를 가늠하여 저마다의 기준 가격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빈틈을 만들어, 때로는 프로젝트들이 자금을 수혈함에 있어 기형적인 구조를 채택하거나 토큰 가격이 시장 조작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 위험이 있다. 투자한 가격에 비해 프로젝트의 가치평가가 높이 형성될수록 초기 투자자들과 리테일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 가격대의 갭은 커지고, 그 갭의 크기만큼 초기 투자자들과 리테일 투자자들의 수익 기회의 격차가 커진다.
VC와 같은 초기 투자자들의 역할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VC의 참여 방식이든, 초기 단계에서 커뮤니티에 더 많은 할당을 시행하는 방식이든, 이는 단지 접근 방법의 차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가치평가 프레임워크가 개발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특정 타임프레임마다 프로젝트의 토큰 가격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형성하는 기준 가격에 대한 인식 격차와 수익 기회의 분배가 공정해지고, 더욱 안정적이며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 건강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어찌보면 하이퍼리퀴드 토큰의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하는 모습을 보자면 기존 관행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하이퍼리퀴드의 사례를 통해 단순히 또 다른 토큰 런칭 전략 사례를 학습했다는 의의를 넘어, 산업이 더욱 진일보 할 수 있는 더욱 큰 교훈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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