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약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이 중 50곳 이상이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최소 두 개의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NVDA)의 반도체를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출 제한이 해당 기업들의 반도체 조달을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 및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주도했으며, 해당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됐다. 이는 미 정부가 수출 제한을 가하는 기업들의 명단으로, 상무부,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재무부 등의 협의를 거쳐 지정된다.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외국 적대 세력이 미국 기술을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라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AI 및 슈퍼컴퓨터 개발과 관련된 11개 중국 기업이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의 군산복합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높은 성능의 AI 칩과 슈퍼컴퓨터를 제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웨이와 그 반도체 부문과 거래한 두 개의 중국 기업이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미국 기술을 이용하여 중국의 양자컴퓨팅 개발을 지원하려 했던 7개 기업도 이번 수출 제한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인해 영향을 받을 기업 중에는 중국의 AI 서버 제조업체 네트릭스(Nettrix)가 포함됐다. 이 기업은 2019년부터 엔터티 리스트에 오른 다른 중국 기업 출신의 임원들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릭스는 설립 이후 엔비디아, 인텔(INTC),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의 기업과 협력해왔다.
아울러, 중국 최대 서버 제조업체인 인스퍼 그룹(Inspur Group) 산하 6개 자회사도 포함됐다. 인스퍼 그룹은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이번 조치 이후 AI 반도체 조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특정 수출 제한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 성능이 대폭 낮아진 AI 반도체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인스퍼 자회사 중 하나인 인스퍼 일렉트로닉(Inspur Electronic)은 이러한 엔비디아 칩을 활용한 AI 시스템을 생산해왔다.
또한, 인스퍼 그룹이 3분의 1의 지분을 보유한 인스퍼 일렉트로닉은 미국에 본사를 둔 AI 업체 아이브레스 시스템(Aivres Systems)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브레스 시스템은 미국 및 일본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들을 대상으로 엔비디아의 최상급 AI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어, 이번 제재로 인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AI용 고성능 반도체가 중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번 조치는 그러한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며, 향후 미·중 간 기술 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