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드(Pre-seed) 단계에서의 자금 확보는 스타트업의 첫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점이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해당 투자금은 철저한 계획하에 운영되어야 하며, 이후 시드(Seed) 투자 유치의 기반이 되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옐로락스(Yellow Rocks)의 ‘P2S(Pre-Seed to Succeed)’ 프로그램을 통해 관찰된 사례들은, 사소한 자금 운영 실수 하나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꺾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프리시드 자금 유치 이후 스타트업의 핵심 과제는 시장 탐색과 제품/비즈니스 모델 확립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다양한 고객층과의 접촉, 가설 검증, 메시지 테스트 등을 거쳐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시장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6~18개월의 운용 기간을 확보하는 이 단계에서는 다음 라운드로 나아가기 위한 명확한 목표 수립과 자금 집행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매출 창출이다.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기술력이 아무리 혁신적일지라도 후속 투자 유치는 어렵다. 설사 MVP 수준의 기능일지라도 매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고객 인터뷰, 설문 등 저비용 방식의 시장 조사를 병행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제품 자체의 완성도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은 자칫 생존 가능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핵심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lean 개발 전략을 통해 필요한 기능만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이는 유연한 고객 피드백 반영과 더불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변화무쌍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낙관적·보수적·중립적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각에 맞는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 준비는 자금 소진 속도(burn rate)가 갑자기 가속화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을 때도 신속한 대응력을 확보하게 해 준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흔히 빠지는 재정적 실수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예는 고액 인력 조기 채용이다. 고임금 전문가 선발은 기업 문화와 맞지 않을 경우 막대한 이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프리랜서나 외부 컨설턴트를 우선 활용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창업자의 급여 역시 최소화되어야 하며, 자금 유치를 창업자 개인의 수익원으로 오해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사무실 이전처럼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팀을 한 지역에 집중시키는 행위는 비용은 크고 효과는 미미한 경우가 많으며, 원격근무나 공유오피스를 통한 유연한 운영이 보다 효율적이다.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도 이 단계에서는 비용 효율이 중요한데, 키워드 광고나 SNS 브랜딩보다 구체적 채널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하며, 도메인 확보가 쉬운 간결한 네이밍 선택이 요구된다.
특히 첫 창업자는 다음과 같은 ‘자금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 잘못된 지분 구조는 대표적인 리스크다. 투자자들이 창업자 몫이 지나치게 줄어든 지분 구조를 보면 기업 비전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공동 창업자가 ‘피(friends & family)’ 자금 단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포기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자기자본 미투자 역시 부정적 시그널이다. MVP조차 자체 자금으로 만들지 못했거나, 과거 성공 경험에서 얻은 자산을 투입하지 않은 창업자는 헌신 부족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밖에도 소진 속도에 대한 통제가 부족한 스타트업은 단기간 내 자금이 바닥날 수 있어 철저한 예산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성공적인 시드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프리시드 단계부터 후속 자금 조달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잠재 투자자들과의 조기 네트워킹, KPI 중심의 피치덱 정비, 성과 기반 지표와 고객 확보 데이터를 명확히 정리하는 걸 포함한다. 성장 로드맵을 충실히 설계하고 이를 꾸준히 문서화한 스타트업은 투자자들로부터 한층 높은 신뢰를 얻는다.
결국 프리시드 자금은 시장을 실험할 수 있는 '통행증'일 뿐, 여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고객과 정교하게 소통하고 수익 모델을 구체화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된다. 초기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장기 경쟁력이 판가름난다는 점에서, 모든 결정은 매출 견인의 가능성과 연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