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기간 중 게임 산업 내 핵심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 '게임스비트 크로스파이어 라운지(GamesBeat Crossfire Lounge)'가 화제를 모았다. 이날 진행된 세 차례의 공개 토론은 AI, 앱스토어 구조, 게임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통찰을 쏟아낸 자리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AI가 게임 개발의 '구세주'인지 '파괴자'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데이브 테일러는 AI와 빅데이터가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대규모 실직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내 정규직 지식노동자는 약 1억 3,200만 명에 달하며, 향후 2~3년 안에 이 직종의 대다수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게임 산업에서 경제 시스템을 단일 숫자인 '가격'에 종속시키는 ‘스케일러 머니 커머스’가 기존 MMORPG 경제를 교란해 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이먼 데이비스 마이티 베어 게이밍 CEO는 AI를 실질적인 혁신 도구로 평가하며, 실제로 회사 내부에 AI를 적극 도입해 한두 명의 아티스트가 과거 30명 분량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몇 주 전, 게임 개발 경험이 없는 1인 개발자가 하루 만에 게임을 출시하고 월 수익 10만 달러(약 1억 4,400만 원)를 기록한 사례도 등장했다”며 AI가 창작 방식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에서는 애플(AAPL)과 구글(GOOGL)의 앱스토어 수수료 체계가 과연 '성장의 장벽'인지 ‘기회의 관문’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데이터 프로토콜 CEO 제이크 워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메타의 호라이즌 스토어 등 다양한 플랫폼이 확산될 것”이라며, 앱스토어가 ‘단일 시장 장악자’가 아닌 ‘성장 인프라’로 보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0%라는 수수료는 크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법적 대응보다는 시장 전략을 강조했다.
엑솔라의 마케팅 책임자 버클리 이게네스 역시 “앱 출시, 배포,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발자가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지 못하면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소 게임사의 생존 전략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게임 산업의 미래가 ‘붕괴냐, 재탄생이냐’라는 묵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10식스 게임즈 CEO 수잔 커밍스는 최근 벤처캐피털 중심의 투자 구조가 실효성을 잃었다며, 이제는 작지만 수익 모델이 검증된 실질적 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게임 개발자이지 벤처 투자자의 인가를 받기 위한 종속 기업이 아니다”라는 말엔 변화를 갈망하는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묻어났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힉리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는 퍼블리셔 중심의 산업 구조가 개발사의 창의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유통과 마케팅 전반을 책임지는 퍼블리셔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료 게임, 구독형 모델, 무료+광고 기반 모델 등 다양화되는 수익 구조 속에서,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기반의 소규모 게임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번 크로스파이어 라운지는 AI와 플랫폼 경제, 투자 구조 등 게임 산업을 뒤흔드는 중요한 이슈들을 짚으며, 게임 개발자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새로운 기술이 위기이자 기회가 되는 지금, ‘플레이어’로 남을지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개발자와 기업의 판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