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ETP서 9조 유출…기관, 리스크 회피 나서나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에서 자금 이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2025년 들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기반 ETP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 투자심리의 후퇴와 시장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ETP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전통 금융시장 내에서 디지털 자산에 노출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2024년 도입되면서 눈에 띄는 자금 유입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시작된 자금 유출은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 리스크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5년 3월 한 주 동안 글로벌 암호화폐 ETP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7억 달러(약 2조 4,800억 원)에 이르며, 5주간 누적 유출 규모는 64억 달러(약 9조 3,400억 원)를 돌파했다.

자금 유출의 원인은 다양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과 같은 거시경제 요인이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2025년 초 발생한 바이비트 15억 달러 규모 해킹 사건도 투자자 신뢰를 흔든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특정 국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에서는 기술적 지지선 붕괴 및 패닉성 매도세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주요 암호화폐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관 자금이 빠르게 출회될 경우 시가총액 상위 종목부터 하방 압력을 받고, 이후 알트코인 시장 전반으로 하락세가 확산되는 구조다. 실제로 연이은 자금 유출 구간에서는 업계 자산운용 규모(AUM)도 수십억 달러 이상 줄어들며, 시장 유동성 악화와 매도 가속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암호화폐 ETP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도 최근에는 **리플(XRP)**, **솔라나(SOL)** 기반 상품이 승인되며 시장 다변화가 시작됐고, 이는 향후 신규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규제환경에서 미국 정부의 긍정적 기류는 업계에 의미 있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암호화폐 준비금 확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 규제 명확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잡게 하는 구조적 추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요컨대, 암호화폐 ETP 시장의 단기 조정은 일정 부분 성장통이자 시장 내 리스크 재조정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금 이탈은 불안정한 시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이러한 변동성 이후에도 제도권 기반에서 암호화폐 상품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 간 상관관계, 지역별 자금 흐름, 기술적 지표, 기관 보유량 변화 등의 다양한 신호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