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주요 채권자에 대한 지급을 오는 202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비트멕스(BitMEX) 전 최고경영자 아서 헤이즈(Arthur Hayes)를 포함한 공동 설립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며, 암호화폐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FTX 측은 현재까지 약 114억 달러(약 16조 6,4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이 중 5만 달러 이상을 청구한 대형 채권자들에 대한 지급을 2025년 5월 30일부터 개시할 계획이다. 중소규모 채권자들, 특히 청구액이 5만 달러 미만인 이들은 이미 대부분 보상을 받은 상태다. FTX의 전 대표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가 고객 자산을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에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뒤, 거래소는 2022년 11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회생 작업은 과거 엔론 청산을 주도했던 존 제이 레이 3세(John J. Ray III)가 이끌고 있다.
FTX 구제위원회는 기술기업 지분과 암호화폐 자산 등 다양한 회수 자산을 통해 총 부채 112억 달러(약 16조 3,500억 원)를 초과하는 자금을 확보했으며, 결과적으로 채권자들은 원금 대비 118~119% 수준의 보상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보상 기준은 2022년 11월 당시의 자산가치로 산정돼, 이후 비트코인(BTC) 등 주요 암호화폐의 급등을 고려하면 상당수 채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손실을 입었단 지적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헤이즈를 포함해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 벤자민 델로(Benjamin Delo), 새뮤얼 리드(Samuel Reed), 직원 그렉 드와이어(Greg Dwyer)와 이들이 운영한 HDR 글로벌 트레이딩까지 전면 사면했다. 이들은 2020년 미국 법무부로부터 은행비밀법(BSA)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고객신원확인(KYC) 정책 부재 등을 인정하고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또한 비트멕스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2021년 상품거래법 위반 사실이 지적되며 1억 달러(약 1,460억 원)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앞서 실크로드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에게 가석방을 허용한 데 이어 규제 위반 전력자에 대한 연이은 사면 조치로 주목받고 있다.
샘 뱅크먼-프리드 역시 사면을 위해 교도소 내 인터뷰를 자청하는 등 막판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까진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앞으로의 행보가 암호화폐 규제 및 사법 처리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