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가 자사의 첫 ‘오픈 웨이트(open-weight)’ 언어모델을 수개월 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코드와 파라미터를 개발자에게 공개하는 전략적 전환으로, 클라우드 구독 기반 모델에 의존해 온 오픈AI 비즈니스 모델에 중대한 균열을 예고한다.
샘 알트먼(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3월 31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를 통해 “추론 능력을 갖춘 강력한 오픈 웨이트 언어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개발자와 협력해 최대한 유용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은 누구나 자사 하드웨어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어, 기존처럼 API를 활용한 과금 방식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번 발표는 최근 그가 레딧(Reddit) Q&A에서 언급한 “우리는 오픈소스 AI 논쟁에서 역사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는 고백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중국 업체 딥시크(DeepSeek)가 출시한 오픈소스 모델 R1이 오픈AI 수준의 성능을 연산비용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에서 달성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커진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분야 전문가인 리카이푸(Kai-Fu Lee)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간 70억~80억 달러(약 10조 8000억~11조 5000억 원)를 운영비로 쓰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오픈AI는, 무료 오픈소스 경쟁자와 같은 경제 구조로는 지속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메타(META)의 라마(Llama) 모델은 2023년 출시 이후 다운로드 10억 건을 넘기며 오픈소스 생태계의 위력을 증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픈AI가 선택한 오픈 모델 전략은 핵심 수익원인 구독 서비스 자체를 흔드는 동시에, 기초 모델이 더 이상 프리미엄이 아닌 ‘유틸리티’로 인식되는 시장 흐름을 반영한다. 오픈AI는 창립 초기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을 개방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으나, GPT-3와 GPT-4를 개발한 이후에는 철저히 폐쇄적인 접근으로 돌아섰고, 이는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 공동창립자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이번 오픈화 결정은 기업용 고객에게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구독 모델에 따른 벤더 락인과 고비용 구조에 부담을 느끼던 기업들에게, 자체 인프라에 AI를 도입할 실질적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금융, 공공 등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를 받는 산업에서는 자체 호스팅 가능한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델을 오픈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알트먼 CEO는 “모델 공개 전 반드시 자사 위험평가 기준에 따라 준비 수준을 확인하고, 사후에도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책임 있는 개방 원칙을 강조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개발자 대상 피드백 이벤트도 예고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구글(GOOGL), 안스로픽(Anthropic), 메타 등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특화된 튜닝과 영역별 활용이 진짜 승부처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오픈AI조차 폐쇄 전략보다 개방을 선택한 지금, AI 산업의 기본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오픈AI는 결국 ‘오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방향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조직의 철학적 신념보다 바뀐 시장의 경제 논리에 밀려 선택한 귀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