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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사람처럼' 믿는 기업들… 기술보다 감정이 계약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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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기자

2025.03.30 (일)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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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AI를 기술보다 감정적 신뢰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정서적 계약'이 도입을 좌우하고 있다. 이는 외형과 대화방식 등 인간적 요소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비즈니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AI를 '사람처럼' 믿는 기업들… 기술보다 감정이 계약을 좌우한다 / TokenPost Ai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나고 있다. 기술적 성능이나 가격 대비 효율성보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대답하는 AI에게서 느끼는 *감정적 호감도*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기업 사용자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처럼’ 대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지난 2024년 11월, 뉴욕의 한 고층 빌딩 회의실.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매장에 배치될 AI 어시스턴트 ‘노라(Nora)’의 시연이 진행됐다. 갈색 머리에 세련된 검은 슈트를 입은 25살 디지털 아바타 노라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손을 흔들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담당자는 대화 응답 속도, 얼굴 인식 정확도 등 기술적 체크리스트를 준비했지만, 클라이언트는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노라는 왜 자기만의 취향이 없죠? 좋아하는 핸드백이 뭐냐고 했더니 답을 못하더군요.”

이 경험은 *AI 평가 방식이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처럼 보이고 말하는 AI는 더 이상 단순한 소프트웨어로 취급되지 않고,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는 인간이 AI에 감정을 이입하는 ‘의인화(anthropomorphism)’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정권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기업의 IT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무의식적인 감정이 계약 형태를 바꿔놓고 있다.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매출 확대’를 기대하며 체결하는 계약이 아니라, ‘정서적 신뢰’를 묵시적으로 전제로 하는 *감정적 계약(emotional contract)*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의인화된 AI에 기대하는 요소는 실제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아바타의 미소가 불편하게 보이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우려하게 되고, 디자인이 뛰어난 AI가 기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사용자에게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수려한 외형이 기능적 결함을 상쇄한다는 심미-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가 여기서 작용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객이 AI를 ‘완벽히 만들어야 한다’며 출시를 계속 미루는 일이 있었다. 이는 창조된 AI에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투영하는 심리에 가깝다. 기업이 자신을 대표할 만한 존재로 AI를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이 필요한 것은, 감정적 반응과 실제 비즈니스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검증된 테스트 프로세스*다. 내부 테스트를 통해 중요 요소와 비본질적인 요구를 구분하고, ‘감정’까지 반영한 실용적 판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노라의 ‘핸드백 질문’은 여러 사용자 테스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끝없는 완성도를 추구했던 전자의 경우, 사용자는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심리학적 배경지식을 지닌 팀원이나 컨설턴트를 도입하면, 이 같은 인간-AI 상호작용 패턴을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기업과 기술 공급업체 간의 관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감정적 계약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일정 예산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사용자 테스트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 실제 사용자의 반응을 충분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이 인간 행동과 점점 더 닮아가는 시대, 성공하는 기업은 기능적 우열보다, 감정적 신뢰와 공감을 통한 차별화된 AI 활용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와 인간 사이의 복잡한 심리적 경계선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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