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인터뷰] 美 애틀랜틱 카운슬 “CBDC, 국가 경제·국제 관계에 중요한 변수”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1961년 설립된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이다. 국제 정세와 국가 안보, 세계 경제 이슈를 다루는 기관인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국가 경제, 금융, 국제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약 2년 전부터 전 세계 CBDC 연구개발 현황을 추적 중이다. 산하 지리경제센터의 아나냐 쿠마(Ananya Kumar)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부총괄을 통해 CBDC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들어봤다.

사진= 아나냐 쿠마(Ananya Kumar) 애틀랜틱카운슬 지리경제센터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부총괄 / 출처 본인 제공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와 애틀랜틱 카운슬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지리경제센터에서 근무하는 아나냐 쿠마입니다. 저희 센터는 경제와 금융, 국제 관계의 교차 지점을 다루는 기관입니다. 경제 문제가 각국 안보에 왜 중요한지 주장과 논거를 발전시키는 곳이죠. 저는 ‘화폐의 미래(Future of Money)’라는 센터 내부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면서, 화폐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술이 무엇인지, 새로운 화폐들이 달러와 유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디지털 화폐와 국제 이슈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각국 CBDC 개발 현황을 나타내는 ‘CBDC 트래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제 이슈를 다루는 싱크탱크가 CBDC 현황 연구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국제적인 맥락에서 CBDC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암호화폐는 점점 더 확산하고 있고, 은행들은 새로운 금융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CBDC와 다른 디지털 화폐를 이해하는 것은 센터에도 중요한 사안이 됐죠. 국가들은 CBDC를 국제 무대에 내놓고 있어요. 한 국가 안에서 금융이 작동하는 방식뿐 아니라 각국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죠. 경제적인 트렌드를 다루는 저희 센터가 디지털 화폐를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CBDC 트래커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020년 4월 CBDC 트래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년이 넘었죠. 당시에는 추적하는 CBDC 연구개발 국가가 35개국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105개 국가의 CBDC 현황을 추적하고 있어요. 2년 동안 세 배가 늘어난 거죠. CBDC 기술 연구와 도입 시도가 중요해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CBDC 현황을 연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CBDC 개발에 어떤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 모델이 분산원장기술(DLT)만 사용하거나 중앙집중원장기술(CLT)만 사용할 거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CBDC를 연구하다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국가들은 CBDC 모델을 만들 때 기능에 따라 두 기술을 모두 활용하고 있었어요. 이로써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DLT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기술 사용의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혁신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죠.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기술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깨뜨려줬죠.

이처럼 많은 국가가 CBDC에 접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CBDC를 연구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떤 나라는 더 많은 이들이 금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 포괄성’을 개선하고 싶어 해요. 어떤 나라는 기존 법정화폐를 취급할 때 드는 비효율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고요.

많은 나라들이 화폐를 더 효율적이고,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수많은 국가들이 CBDC를 추진 중인 이유, CBDC 연구개발 국가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CBDC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안정성, 시장 불평등, 화폐 접근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신기술인 CBDC를 자국 경제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죠.

암호화폐의 부상도 분명 CBDC를 추진하는 국가가 많아진 주요 이유입니다.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고요, 암호화폐로 복잡한 거래를 하고 있어요. 이 부분은 때때로 법정화폐에 대한 중앙은행의 권한과 충돌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통화주권을 유지하기 원하거든요. CBDC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채택된 새로운 기술이고요, 암호화폐 생태계, 그리고 CBDC에 내장될 다른 기술과 상호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CBDC 개발 추세가 계속될까요? 미국은 어떤 행보를 보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추적하는 105개 CBDC 국가 중 50개 국가가 발전 단계에 진입한 상태에요. CBDC 개발에 착수했거나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죠. 이미 CBDC를 출시한 나라들도 있고요. 하지만 미국은 이런 대열에 들지 못하고 있어요. 주요 20개국(G20)만 보면, 미국은 영국, 멕시코와 함께 CBDC 개발에 가장 뒤처져있죠.

그렇지만 미국도 CBDC 개발에 관심이 있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산하 디지털화폐이니셔티브(DCI)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프로젝트 해밀턴(Project Hamilton)’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실험을 진행 중인데요, 이미 분산된 은행 시스템을 가진 연준이 어떤 CBDC 모델을 개발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죠. 미국 정부는 CBDC의 장점을 파악하고 개발하도록 장려하는 디지털 자산 행정명령을 승인하기도 했고요.

더 많은 나라들이 CBDC 작업을 더욱 발전시켜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도 높아질 겁니다. 이미 105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잖아요. 아직 발전 단계에 이르지 않은 국가들도 더 진전을 보일 겁니다. 많은 나라들이 개발 단계와 시범 운영 단계로 이동하고 있어요. 올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CBDC가 제재 회피에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CBDC에 대해 말할 때, 보통 자국 안에서 사용하는 소매용 CBDC를 말합니다. 샌드위치를 사 먹을 때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것이죠. 소매용 CBDC는 자국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달러와 큰 연관성이 없고, 제재 회피 수단이 될 가능성도 낮죠.

은행 간 거래를 정산할 때 쓰는 도매용 CBDC는 종종 국경을 넘나들고 대규모 거래를 처리합니다. 도매용 CBDC는 잠재적으로 제재 회피에 사용되는 수단이 될 수 있어요. 현재 다수의 도매용 CBDC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효과적인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달러’를 거치지 않고 서로 다른 화폐를 연결하기 때문에 실제로 제재 우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강한 금융 제재가 가해지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해외 송금을 위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그리고 과도하게 달러화된 경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루블 스왑 같은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죠. 국경 간 도매용 CBDC는 앞으로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영역입니다.

몇몇 중앙은행가들은 CBDC를 통해 암호화폐의 부상을 억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 중앙은행가들은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 즉 ‘통화 주권’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BDC가 암호화폐의 부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네요. CBDC와 암호화폐는 각각 다른 이유로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암호화폐와 CBDC의 상호 운용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가 암호화폐에서 CBDC로, CBDC에서 암호화폐로 변환해 이용하길 바랄 수 있죠.

최근 암호화폐 시장 하락이 CBDC 개발에 영향을 미칠까요?

암호화폐 시장 하락은 더 많은 CBDC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CBDC 개발뿐 아니라 암호화폐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화하고 더 광범위한 암호화폐 규제로 이어질 거라고 봅니다. 시장 하락 원인 중 하나가 암호화폐 규제와 자율 규제의 부재라고 생각해요. 정책 입안자들은 소비자 보호, 프라이버시, 사이버 보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고요.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겪는 문제를 견뎌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길 원할 겁니다.

CBDC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더 많은 CBDC 모델이 준비되고 확산될 것이고 더 많은 국경 간 거래 실험이 나올 겁니다. 국가들은 기존 금융 시스템이 가진 비효율성을 해결할 해법을 진지하게 찾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간과되고 있는 부분은 서로 다른 자국 모델을 개발하면서 CBDC 부문이 파편화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각 CBDC 모델이 크립토 달러나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과 호환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니까요. 105개국이 CBDC를 개발한다는 건 105개 모델이 조율돼야 한다는 뜻일 수 있어요. 상당히 큰 과제이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유용한 더 나은 CBDC 표준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국제기구들이 합의한 표준을 내놓는다면, CBDC 파편화를 방지하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8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