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물가 상승과 해외 자본 통제 정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플레이투언(Play-To-Earn, P2E)' 붐이 일고 있다.
2022년 3월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생계를 위해 'P2E' 게임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본업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국가의 외화 자본 통제 정책을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매년 50% 넘게 오르고 있다. 임금 상승률은 4년 내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현지 법정화폐는 가치를 잃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들이 법정화폐를 이용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외화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대안으로 암호화폐를 채택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암호화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P2E 게임 인기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남미 최대, 전 세계 5위 P2E 게임 시장이 됐다. 전 세계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최대 메타버스 '디센트럴 게임스(Decentral Games)'에 올 들어 9400명이 넘는 아르헨티나 이용자가 방문했다. 지난해 방문자 수는 몇 백 명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씨름 중인 브라질도 전 세계 7위 P2E 시장이 됐다. 브라질은 지난 한 해 인플레이션이 두 배로 증가하며 연 10%를 웃돌았다. 대표적인 P2E 게임 액시인피티니(Axie Infinity) 이용자가 가장 많은 중남미 국가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다.
샌드박스 모기업인 애니모카브랜드(Animoca Brands)의 설립자 얏시우(Yat Siu)는 "남미는 전 세계 P2E 시장의 25%를 점하고 있다"면서 "남미 시장이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센트럴게임스, 액시인피니티, 샌드박스 등 P2E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우선 고가의 NFT를 보유해야 한다. 디센트럴게임스 같은 경우에는 약 5200달러(630만 원) 상당의 NFT가 있어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계정을 개설할 여력이 안 되는 남미 이용자들은 보통 미국이나 독일 이용자 계정을 대여해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P2E 게임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28세 프랑코 빌라플로라(Franco Villaflor)는 "미국 이용자 계정을 빌려 하루 3시간 메타버스에서 포커 게임을 하면, 계정 소유자에게 수익금 40%를 떼주고도 한 달에 약 1500달러(183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에스페체(Javier Espeche)도 비슷한 방식으로 본업에서 버는 것보다 6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대안 경제' 선택하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은 암호화폐 채택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속되는 경제 위기, 채무불이행,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 편리한 결제 송금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값싼 전력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급여를 암호화폐로 받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15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 급여결제 기업 딜(Deel)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다른 나라들보다 암호화폐 급여 수령 비율이 높다.
아르헨티나는 법적으로 급여의 최대 20%를 현금 외 기타 자산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기업이 은행을 통해 1000달러의 급여를 지급하면, 공식 환율이 적용돼 근로자는 1만 9000페소를 받게 되지만,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으면 비공식 환율이 적용돼 법정화폐보다 83% 높은 20만 페소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가 60만 명이 넘는 아르헨티나 암호화폐 거래소 부엔비트(Buenbit)는 "암호화폐로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 수가 지난 1년 동안 3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기술 기업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임금 일부를 지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국가 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는 암호화폐 확산에 대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예금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고 예금 보험을 통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내놨다. 지난 3월 18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체결한 4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상환 협정에 "자금세탁, 비공식성, 탈중개화를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조건을 포함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