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암호화폐가 경제 제재 회피 목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국 전 국무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러시아 이용자를 차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 의원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미 재무부가 암호화폐 업계에 압박을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의 법정화폐인 루블(RUB)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대폭 증가했다. 루블-비트코인(BTC) 일일 거래량은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800% 증가해 6360만 달러(약 770억 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2022년 3월 2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경제 제재 회피를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갈링하우스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출금 과정에서 은행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신원인증(KYC) 절차와 자금세탁방지(AML)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리플넷(RippleNet)의 경우, 제재 대상인 국가나 은행과 협력하고 있지 않다"며 "자사는 OFAC 규제에 따라 KYC 및 AML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암호화폐가 범죄자들의 자금세탁 방법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진부한 주장'이라며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이 규제를 충실히 따르는 암호화폐 업체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 매체 더블록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내 암호화폐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는 '제한적(lmited)'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러시아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상당한 증가 폭을 보였다"면서도 "제재 대상인 러시아 정치인들의 재재 회피 목적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정치인들은 암호화폐 대신 수십 년간 사용한 유령회사, 역외 계좌, 차명 부동산에 의존해 제재 회피 시도를 할 것"이라며 "러시아 가계 자산 12%를 보유한 상위 0.01% 부유층은 자산 대부분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의 주요 조사 대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