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처음으로 비트코인 탈취를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21년 11월 19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을 공개 모집하는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를 진행했던 보스코인의 임원이었다. ICO 당시 모집했던 비트코인을 자신의 단독 계좌로 옮기고 돌려주지 않아 사기와 공갈 혐의를 받게 됐다.
A 씨의 부친이 설립한 보스코인은 2017년 스위스에 ‘보스 플랫폼 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6902비트코인(BTC)을 투자금 명목으로 유치했다. 이는 당시 시세로는 약 160억 원 규모로 국내에서는 1호 ICO 성공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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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인은 투자금을 1인이 임의로 출금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3인 중 2인이 동의해야 출금이 가능한 다중서명계좌를 통해 보관했다.
A 씨는 보스코인의 임원들에게 “투자금을 통해 다른 회사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에 참여하고 이벤트가 끝나면 즉시 반환하겠다”고 설득해 개인명의 계좌로 6000BTC를 이체 받고 돌려주지 않았다. A 씨는 비트코인을 개인명의 계좌로 받기 위해 임원들에게 “이벤트는 다중서명계좌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워 단독명의계좌로 이체해야 한다”라고 속이기도 했다.
법원은 1심에서 “A 씨의 부친이 임원들 간의 갈등 때문에 사임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투자금 대부분을 편취한 사건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라며 “하지만 A 씨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득한 바가 없이 부친이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대응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하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항소심에서 “비트코인의 전송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하므로 이를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은 거래 당사자들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라며 “다른 사람을 기망해 비트코인을 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기의 객체가 통상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점은 사기죄 성립 여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라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