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8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주요 이슈 및 중앙은행의 과제에 대한 주제로 ‘2021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CBDC의 이해 및 그 영향에 대해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 1세션에 이어 2세션에서는 CBDC관련 법적 이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맡았으며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서자영 한국은행 법규제도실 변호사가 토론을 이어갔다.
정경영 교수는 CBDC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CBDC의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BDC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자화폐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경영 교수는 이어 CBDC의 법화성을 강조해 강제통용력을 부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CBDC가 금융포용력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상황에서는 오히려 금융소외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는 금융소외(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상) 문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크지 않은 상황인데, 디지털 자산인 CBDC를 발행해 법화성을 강요할 경우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부터 금융소외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까지 나온 CBDC의 성격이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상의 전자화폐의 개념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CBDC가 전자화폐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경영 교수는 “CBDC에 전자금융거래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전자화폐보다 접근매체의 수준이 훨씬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CBDC의 발행으로 인한 다양한 법률 충돌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은행법을 비롯해 화폐와 관련된 모든 법은 현재 한국은행에서 발행하고 있는 현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CBDC가 발행되면서 디지털화폐로 변환됐을 경우, 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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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역시 정경영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CBDC 관련 법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준혁 교수는 “CBDC가 금융소외 현상이나 개인정보 문제, 자금세탁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CBDC 도입이 금융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주장이 더 많은 만큼 도입 초기단계부터 제대로 된 법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BDC가 통화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압류나 강제집행, 몰수 등 민형사상 자산 강제집행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법하게 유통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민법, 형법, 민사집행법,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등에서 법령상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자영 한국은행 법규제도실 변호사는 정경영 교수의 CBDC가 전자화폐와 성격이 유사하다는 주장에 대해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이며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전자화폐와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서 변호사는 “CBDC의 경우 처음부터 화폐로 발행한 것이기에 채무관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지만 전자화폐는 그렇지 않다”라며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전자화폐의 경우 현금으로의 환금성에 대한 법규정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지만 CBDC는 그 자체로 화폐이기 때문에 환금성에 대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의 반론에 대해 정경영 교수는 “CBDC의 화폐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CBDC를 법화로 지정해 강제통용력을 부여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참여자들은 CBDC를 도입하기 이전에 철저한 분석에 따른 법 제도 설계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토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