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가운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반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2021년 11월 14일은 반에크의 현물 비트코인 ETF에 대한 최종 결정일이다. SEC는 증권법에 따라 상품에 대한 승인·반려 결정을 최장 240일 연기할 수 있는데 SEC는 이 기간을 다 사용했다.
SEC는 2021년 9월 8일 반에크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결정을 60일 연장하면서 "제출한 투자자 보호 의견서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기간 연장의 이유를 밝혔다.
시장이 SEC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임스 세이퍼드(James Seyffart) 블룸버그 전략가는 2021년 11월 2일(이하 현지시간) "SEC는 반에크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반려할 것"이라면서 "SEC는 세부적인 법률 사항이라는 나무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큰 숲을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반려 통지서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기관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략팀은 2021년 10월 5일 "SEC가 10월에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할 가능성은 75%"라고 예측한 바 있다. 상품 출시를 포기한 인베스코를 제외하고 모든 비트코인 선물 ETF가 승인을 받으면서, 블룸버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었다.
제임스 세이퍼드는 이더리움 선물 ETF는 2022년 1분기 중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SEC는 지난번 신청 때 하루 만에 신청 철회를 강요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비관적 관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발키리의 스티븐 맥클러그(Steven McClurg) CIO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2022년 중반까지 불가능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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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2021년 출시 어렵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기반한 비트코인 선물 ETF와 달리,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투자자 보호 방안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2021년 8월 "투자기업법은 연방 증권법과 결합 시 상당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제공한다"면서 "CME와 연계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지만 현물 ETF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 ETF와 달리 펀드가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하지 않으며, CME의 비트코인 선물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한번 구매하면 추가 조치 없이 무기한으로 보유가 가능한 현물 ETF와 달리, 선물 ETF는 만기가 있어 기초 자산을 계속해서 롤오버(만기가 다가온 선물을 팔고 다음 선물로 갈아타는 것)해야 하기 때문에 현물 ETF에 비해 기피된다.
니나 미슈라 잭인베스트먼트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 ETF가 SEC 승인을 받더라도 투자자의 구미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금 ETF의 경우, 선물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DB골드펀드’의 운용자산은 8350만 달러 상당으로, 현물에 투자하는 ‘SPDR골드셰어즈’의 7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 하루 만에 10억 달러(약 1조 1785억 원) 상당이 거래되면서 시장 수요를 증명한 만큼, SEC 역시 앞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무조건 거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20년까지만 해도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비트코인 선물 ETF가 급증한 수요로 인해 2021년 승인을 받은 것처럼,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수요 급증에 따라 2022년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