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 밖으로 눈을 돌린 ICO프로젝트들이 생존 신고를 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ICO 프로젝트를 통해 약 2억9,200만 달러가 모금됐다. 20억 달러를 유치했던 1년 전의 10% 수준이고, ICO가 시작되며 비트코인 버블을 일으켰던 2017년 초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코인스케줄(CoinSchedule.com)은 지난 주 기준, 기업 70곳이 토큰세일을 진행 중이며, 17개 기업이 IC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공개(ICO)는 스타트업이 암호화폐를 발행, 판매해 직접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2017년 말과 작년, 기존 벤처 캐피털 방식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시장 거품 우려가 확산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토큰 시장의 가치는 90% 가까이 증발했고, ICO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작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SEC 위원장은 "ICO는 효율적인 자금조달 방식이지만, 증권법 적용이 요구된다"고 발언했다. 기관 사이트에는 프로젝트 중단, 증권 등록 의무 등을 설명하는 ICO 관련 문건만 900개가 올라와 있다.
미국발 ICO 비중은 크게 줄었다. 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해외로 방향을 틀었다. 대상을 승인 투자자로 한정하는 사례도 늘었다. 현재는 스위스 등 미국 외 국가에서 ICO를 진행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1분기 미국에서 진행, 종료된 토큰세일은 22건이다. 전세계 토큰세일 113건 중 약 20%를 차지했다. 작년 4분기에는 미국 외 국가 111건, 미국에서 12건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연구기관 오토노머스 리서치(Autonomous Research) 핀테크 전략 수석 렉스 소콜린은 ICO 분포 지형에 대해 “스타트업와 투자자가 서로 접근할 방안이 없는 동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판도라의 상장’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지역들이 대체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ICO 시장에 나타난 긍정적 변화는 프로젝트의 성숙도 개선이다. 작년과 달리, 이미 상품과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ICO를 크라우드세일로 소개하는 등, 마케팅 변화도 있었다.
토큰세일 자문업체 스태티스 그룹(Statis Group) 조사에 따르면, 2017년 ICO 80%가 스캠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CO 백서 16%에 표절, 신원 도용 등 부정행위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비트토렌트를 인수한 트론 CEO 저스틴 선은 이제 투자자들이 “비전뿐 아니라 프로젝트 실행 신호를 모두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비트토렌트는 파일 공유 서비스로 이미 월간 이용자가 1억 명에 달한다. 지난달, BTT토큰세일로 15분만에 710만 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연말 폴카도트 세일을 계획 중인 웹3재단 잭 플래츠 대변인은 ICO 모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명˙익명으로 전세계에서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ICO 방식은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를 고무한다. 여러 버전으로 오래동안 사용될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