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일,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지난 7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33)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안 씨는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고 회원들에게서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안씨가 부당이득 가운데 14억여 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216 비트코인(기소 당시 5억여 원 상당)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현금은 추징,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를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안 씨의 범죄수익을 3억4000만원으로 한정했다. 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몰수해야 할 재산(범죄수익)의 성질 등 사정으로 인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사건에서는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액에 대한 추징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 판사는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가상화폐를 몰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며, 어떤 사건에서 가상화폐가 범죄수익으로 인정된다고 하면 몰수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추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압수한 사례여서 재판 과정에서 가상화폐가 몰수 대상인지, 압수된 가상화폐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 등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안 씨가 비트코인 전부를 범죄로 얻은 것인지 단정할 수 없어서 몰수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며 "가상화폐 전부가 범죄수익으로 인정됐다면 추징을 위해 해당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판단이 나왔겠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경우여서 몰수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만 내려졌다"고 말했다.
도요한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