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암호화폐 관련 법안 채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또 다시 연기됐다.
1일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악사코프(Anatoly Aksakov) 러시아 연방하원금융시장 위원장은 현지 매체 RBC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금융자산에 관한 법안이 마무리됐지만 올해 봄까지는 통과되기 힘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금융자산 관련 법안은 이미 작성을 마친 상태로 올해 초 통과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어 모든 입법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디지털 금융자산 법안은 암호화폐의 발행과 유통, 결제 이용 등과 관련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법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지만 내부 의견 차이로 현재까지 채택이 미뤄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부터 중앙은행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도입을 전면 금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치권은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자산 법안은 러시아 중앙은행과 정치권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기존 러시아 중앙은행의 의견대로 암호화폐의 결제 활용은 금지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 사업자에 의한 암호화폐 및 법정통화 간 거래는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현해 악사코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 초안이 마련됐지만 현실적으로 암호화폐를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 내에서 암호화폐가 금지되더라도 보유자들은 사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굴 산업 육성에 대한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악사코프 위원장은 "디지털 금융자산 법안에는 암호화폐 마이닝을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수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내 암호화폐 도입을 포함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존 전자결제와 비교해 명확한 장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은 암호화폐가 테러자금조달과 자금세탁 등의 위험을 수반한다며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국가가 통제하는 범위 내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은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규제 샌드박스 내 테스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활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장래에 지불수단이 되거나 법정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