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은행이 해당 조치를 시행한 근거인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밝혀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6민사부(재판장 신상렬)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를 운영하는 웨이브스트링이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2018년 7월 NH농협은행은 같은 해 1월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이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근거해 코인이즈가 실명확인입출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은 거래소가 실명확인입출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특별히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거래를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당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아 이용하던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이른바 4대 거래소 뿐이다.
이에 코인이즈는 같은 해 8월 계약해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농협을 상대로 거래정지조치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두 달 뒤인 10월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실명확인입출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2일 본안 재판에 해당하는 코인이즈와 농협 간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농협은행이 따랐다고 주장하는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융행정지도에 불과하다"며 "은행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비전 김태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가상통화 관련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이를 따른 은행의 조치가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최초의 본안판결로 의미가 있다"며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위 선고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이 위헌인지 여부를 두고, 이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1월 17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