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가 테슬라, 애플, 스트래티지(Strategy) 등 실물 주식을 온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 토큰화’ 시장으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더블록(The Block)에 따르면, 백트(Backed), 화이트록(WhiteRock), 플룸네트워크(Plume Network), 인젝티브(Injective) 등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이 미국 상장 기업 주식을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플룸네트워크 공동창업자 크리스 인은 “기존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하지 않고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원하고 있다”며, “이제는 양쪽 시장이 서로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는 초입”이라고 밝혔다. 플룸은 곧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실제 주식 외에도 부동산, 금 등 실물 자산 전반을 토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젝티브의 경우, 헬릭스(Helix) 앱을 통해 맥도날드,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스트래티지 등 다양한 기업 주식을 디파이 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출시 한 달 만에 거래량이 6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거래의 상당수는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블랙록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식과 채권의 토큰화를 신속히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사회 투표 같은 절차도 토큰화되면 자동화가 가능해져 금융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블랙록은 자사의 토큰화 국채 펀드 ‘BUIDL’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상태이며, 이는 실물 자산 기반 토큰화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백트의 마케팅 책임자 데이비드 헨더슨은 “실제로 디파이 기반 주식 토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전체 실물자산 락업 규모(TVL) 중 상당수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10억~20억 달러 수준으로 토큰화 주식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토큰화 흐름은 규제 공백을 기회로 삼은 크립토 기업들의 ‘글로벌 공략’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인젝티브 CEO 에릭 첸은 “로빈후드가 진출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이런 온체인 주식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며, 암호화폐와 실물 금융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플룸의 인 대표는 “스테이블코인도 10년 이상 걸려 대중화되었다”며 “주식 토큰화도 마라톤처럼 장기적인 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