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젊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인구구조와 정치적 불안, 환율 변동성이 높은 경제 구조를 배경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률과 국경을 넘나드는 많은 노동자들이 효율적인 지급 수단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 지역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지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디지털 자산 거래액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금융 접근성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디지털 결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라틴아메리카 내 은행 계좌 보급률은 30~50%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73%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환율 변동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급진적인 경제 정책으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2024년 한때 270%까지 치솟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 하락을 반영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기존 가상자산을 추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 주요 거래소인 비트소(Bitso)의 ‘라틴아메리카 암호화폐 지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테더(USDT)와 서클(USDC)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39%를 차지하며, 이는 2023년 대비 9% 증가한 수치다. 반면, 비트코인(BTC) 거래 비중은 22%로 급감했다.
라틴아메리카 내 스테이블코인 사용은 비즈니스 및 개인 금융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추세다. 브라질에서는 글로벌 거래소를 통해 BTC를 주로 거래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현지 거래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2024년 기준, 브라질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전년 대비 무려 207.7%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블코인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1Sat 오디널스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비트코인SV(BSV)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MNEE 스테이블코인은 초저비용 거래 환경을 제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BSV 블록체인의 특성상 수수료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0.40~6.50달러 수준의 전송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라틴아메리카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변동과 달러 강세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대비 안정적인 지불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거 테더 및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문제처럼 발행사의 투명성과 신뢰가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