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민주당 소속 위원 두 명을 해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FTC는 전통적으로 대통령과 같은 당 출신의 위원 3명과 반대 당 출신의 위원 2명으로 구성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레베카 켈리 슬로터와 알바로 베도야 두 위원을 전격 해임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이번 해임이 ‘불법적’이며 미국 대법원의 판례를 위반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193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FTC와 같은 독립 규제 기관의 위원들은 단순한 정책 차이로 해임될 수 없도록 보호받는다. 슬로터는 성명을 통해 "오늘 대통령은 법과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나를 불법적으로 FTC 위원직에서 해임했다"며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내가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당시 지명된 인물이다.
알고리즘 편향성과 빅테크 감시 구조 연구에 주력해 온 베도야 역시 해고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이번 해임은 명백한 불법이며, 부패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거대 기업들에 맞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전념해왔지만, 이제 대통령은 FTC를 ‘골프 친구들’의 꼭두각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립 기관의 위원 해임은 일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두 위원의 자리까지 공화당 성향 인사로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위원 해임 사유는 '비효율적인 업무 수행', '직무 태만', '비리 행위' 등의 특정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닌 구체적인 해임 사유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슬로터는 "연방거래위원회는 특정 정당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FTC의 역할이 기업 권력이 아닌 국민을 보호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발표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백악관은 독립 기관에 대한 통제 강화를 목표로 한 명령을 내리며 "미국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규제를 강행하는 기관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FTC 위원 해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FTC 의장 앤드류 퍼거슨은 해임 조치에 대해 "대통령은 미국 정부 내 모든 행정 권한을 위임받은 인물이며, 헌법적 권한에 따라 위원 해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민주적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