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피치(Fitch) 레이팅스에 따르면, 서브프라임(subprime) 자동차 대출자 중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6.56%로 상승해 1994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별도의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90일 이상 연체된 전체 자동차 대출의 비율이 4분기에 3%로 증가하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로 인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피치의 북미 자산담보증권(ABS) 수석 디렉터 마이크 지라드는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틀리 대학의 경제학 교수 데이브 굴리도 "자동차 가격 상승과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월 1,000달러 이상의 월 납입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전문가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보고서는 예상보다 부진한 채용 실적을 보였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굴리 교수는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연체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미 대유행 기간 동안 축적된 저축이 소진된 상황에서 가계 경제는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연체율 증가가 대출 기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사는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하게 되며, 이로 인해 저신용자들이 차량 구입을 위한 대출 승인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아델피 대학의 경제학 교수 마리아노 토라스는 "현재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향후 경제 전반의 악화를 예고하는 조짐"이라며 "이미 많은 가계가 극심한 재정적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으며, 자동차 대출 연체율 증가는 결국 모기지 시장을 포함한 다른 금융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건강 상태가 예상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