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피투피(P2P) 결제 네트워크 젤(Zelle) 관련 사기 문제로 제기했던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CFPB의 기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된 것으로, 제이피모건체이스(JPM),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웰스파고(WFC)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젤을 통한 금융 사기를 방지하는 데 실패해 소비자들에게 수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당시 CFPB 국장이었던 로힛 초프라는 "젤이 적절한 보안 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사기범들에게 악용되었으며, 그로 인해 고객들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CFPB의 정책 기조가 급변했다. CFPB의 신임 국장으로 임명된 러셀 보트는 지난달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사실상 기관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 소송 취하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주요 은행들은 소송이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이 짙었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이번 소송은 CFPB의 월권 행위였으며, 은행들에게 범죄자의 행위를 책임지게 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젤 측 역시 "법적,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소송이며 정치적 동기로 제기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소비자 보호 강화보다는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비자들이 금융 사기 피해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