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캐시 공동 창립자인 알렉세이 퍼체프가 법원의 보석 허가를 받아 구금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의 변호인단은 이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 법원은 퍼체프의 보석을 허가하며 그가 변호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퍼체프는 2024년 5월 14일 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당국은 그가 토네이도 캐시를 이용해 12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 규모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퍼체프는 2022년 체포된 이후 계속해서 보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특히, 구금 기간 동안 변호 준비를 위한 컴퓨터 접근 권한마저 제한되면서 그의 법률팀은 "사전 구금 자체가 부당하다"고 반발해왔다. 이번 보석 허가에 대해 변호인단은 "그가 기본적인 법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퍼체프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핵심 법률적 쟁점이 "완전히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의 오남용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라고 주장했다. 퍼체프 본인 역시 "프로토콜을 일부 사용자가 불법적으로 활용했다고 해서 개발자인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편, 토네이도 캐시 공동 창립자인 또 다른 피고인 로만 스톰 또한 오는 4월 미국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스톰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오픈소스 코드를 작성했을 뿐인데 형사 기소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토네이도 캐시는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 출처를 숨기는 '믹싱' 기술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해 대규모 돈세탁에 활용하면서 각국 규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분석 기업 멀클 사이언스의 나탈리아 라트카 정책 책임자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기술적 기능만 책임지고, 사용자의 행동에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기존 규제 시스템을 위협하면서 이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이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퍼체프의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무조건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우는 판례가 형성되면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법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도 퍼체프의 유죄 판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크립토컨퍼런스 ETHDam의 주최자인 엘레오노르 블랑은 "이번 사건이 블록체인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퍼체프의 법적 방어를 돕기 위한 크립토 커뮤니티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활동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퍼체프와 스톰의 법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JusticeDAO'라는 펀드를 조직했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도 2024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기부를 진행하며 지원을 표명했다.
암호화폐 프라이버시와 개발자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깊어지는 가운데, 퍼체프 사건의 최종 결과가 법적 선례로 남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