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量子)컴퓨터 기술 발전이 블록체인 기술에 위협을 가져올 수 있을까. 구글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블로그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기사에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서는 현상)'로 불리는 중대한 발견에 대해 소개했다.
구글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3분 20초 만에 해결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연산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던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혁신적으로 뛰어넘는 수준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첨단 컴퓨터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보다 작은 물질은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 이를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모든 데이터가 0 또는 1로 이루어지고, 한 번에 한 단계씩 계산이 이뤄지는 기존 처리방식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데이터가 0이면서 동시에 1이 될 수 있는 '중첩'을 이용해 연산을 처리한다. 이러한 양자 병렬성을 이용하면 계산 횟수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가 유용해지기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이며 기술 장벽도 높지만 이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는 12초 밖에 날지 못했지만 비행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IT기업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은 지난 2017년부터 양자컴퓨터를 연구·개발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Q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Q네트워크에는 다임러, JP모건, 엑센츄어 등 40여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 '퀀텀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자사 '애저(Azure)'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퍼듀, UC산타바바라, 시드니 등 유명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양자컴퓨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아이온큐(IonQ)에 투자했으며, 또 다른 스타트업 '알릴로'에 270만 달러(약 32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은 양자컴퓨터 기술이 미래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 인력 육성 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러한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술에 큰 위협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면 암호화폐를 보호하는 키 보안과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폭락이 양자컴퓨터 소식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구글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계산을 신속하게 풀었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밤 급락해 8천 달러 선이 무너지며 24일 오전 현재 7,400달러 대까지 폭락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상위 10위 알트코인도 모두 급락해 전날 대비 5~10%대의 하락을 보였다.
앞서 '암호학의 대부'로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도 암호화폐 대중화를 위한 4가지 요건 중 하나로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응하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를 무력화시킬 것을 우려하며 "예측할 수 없는 빠른 공격에 대항할 저항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양자컴퓨터의 위협이 현재 단계에서는 아직 기우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번 실험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IBM은 "구글의 양자컴퓨터 실험이 과장됐다"면서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린다는 해당 작업은 기존 컴퓨터로도 이틀 반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디그룹 창업주인 자오둥(赵东)은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기술을 풀려면 10만 개 이상의 큐비트(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가 있어야 한다"며 "구글은 수십 개 정도의 큐비트만 운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트위터를 통해 "양자우월성과 실제 사용가능한 양자컴퓨터의 관계는 마치 수소 폭탄과 핵융합과 같다"며 "양자우월성이 검증된 것과 양자컴퓨터가 완성돼 직접 사용이 가능한 것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