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대 국회에서 토큰증권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 법제화가 재추진 되는 가운데, 지방의 부동산 미분양 사태 해결을 위해 토큰증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블록체인 투자자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29일 ‘부동산 토큰증권을 통한 공유경제 구현과 부동산 소유의 대중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법적·제도적 한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토큰증권 발행이 본격화되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상의 토큰보유 비율에 따라 건물이나 땅 등 개별 부동산 소유권의 일부 지분을 보장받게 되는 증권형 상품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인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나 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고 거래소 등 유통 플랫폼에서의 중도환매도 자유롭다는 특징을 가진다.
HOR은 특히 미분양 주택 급증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큰증권을 CR리츠(기업구조조정 리츠)와 유사하게 활용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CR리츠는 건설사 등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미분양 매물을 매입해 일정 기간 임대로 운영하고, 추후 이를 매각하거나 분양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신탁 상품이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시절 도입된 6개의 CR리츠는 총 2,163세대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며 기업의 유동성 위기 해결에 기여했다.
HOR은 2024년 8월 기준 5만 호 이상에 달하는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R리츠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 미분양 주택 당 하나의 토큰증권을 발행해 주택을 매입하고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토큰증권은 접근성이 낮은 CR 리츠와 달리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투자와 환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CR 리츠보다 빠르게 부동산 유동성을 늘릴 수 있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토큰증권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토큰증권 플랫폼인 리얼티(RealT)와 같이 저평가된 주거용 부동산을 토큰증권화한 후 성공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도출한 사례가 있다.
김용범 HOR대표이사는 “토큰증권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부동산과 같은 비유동 자산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투자 거버넌스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를 통해 토큰증권의 순기능이 부동산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 역시 토큰증권 관련 제도가 완비된다면 부동산 투자 수요가 확대되며 수요 정체로 인해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제도화가 빠르게 이뤄지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는 글로벌 부동산 토큰증권 시장이 2022년 27억 달러(약 3조원) 규모였던데에서 오는 2030년에는 1조 달러(약 1388조원)규모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상업용 오피스나 물류센터, 소형 단독주택, 숙박 시설, 리테일 시설, 주거용 부동산 등에서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 토큰증권이 발행돼 연간 수천억 원 이상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한 해 빠른 2020년 첫 부동산 토큰증권이 출시되었음에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만 토큰증권을 출시할 수 있는 극초기단계 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재 카사코리아 · 루센트블록 · 펀블 · 비브릭 등 국내 사업자를 통해 2023년 한 해 동안 발행된 부동산 토큰증권 규모는 22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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