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될 가능성은 낮으며 계속해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진행된 대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가 규제 영역에 완전히 편입될 경우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SEC 위원장은 해당 질문에 대해 증권 당국이 '가치 중립적인' 기관이라면서 "특정 암호화폐의 효용성 여부는 투자자 대중이 공시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MIT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강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덧붙인다면서 "이러한 논쟁은 3000년 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있었던 것"이라면서 "수백 개의 큰 나라들과 수천 개의 국가들이 있었지만 보통 한 국가당 한 통화를 사용했고 두 개의 금속을 사용하는 '복본위제(bimetallism)'도 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나쁜 화폐가 좋은 화폐를 몰아낸다'는 19세기의 통화 원칙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을 인용하며 "국가는 일반적으로 단일 통화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는 보통 하나의 통화 단위를 원한다"면서 통화가 '가치 저장 수단', '교환 매개 수단', '계정 단위'인 만큼 많은 이들이 연결되고 참여할수록 더 많은 가치와 효과가 발생하는 '네트워크의 경제적 이점'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러한 것(암호화폐)이 통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암호화폐는 공시나 사용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정보나 효용성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수천 개의 증권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SEC의 공격적인 규제 단속에 대해서는 "경찰이 순찰을 돌지 않으면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면서 "이는 인간본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부문은 규제 경계 근처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SEC는 때때로 사람들이 경계의 올바른 부분으로 돌아오도록 규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겐슬러는 "암호화폐 산업에 사기꾼, 기만자, 스캐머 등이 만연하다"면서 "안타깝지만 현재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들은 대부분 감옥에 있거나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940년 대법원이 제시한 '하위테스트(Howey Test, 증권 판별 기준)' 외에 추가적인 규제 체계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SEC 위원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투자계약 판별 기준'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궁금하다면 '계약에 서명하는 주요 주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계약에 서명하고, 누군가는 브로커-딜러를 찾아가 '자산을 거래 시장에서 유통시킬 수 있는지 묻는다"면서 "공통 기업이 없다는 주장은 대부분의 경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이날 11월 대선과 대선이 SEC에 미칠 영향, 트럼프 재선 시 SEC 위원장 사임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한편, SEC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정치권 암호화폐 교육 재단인 'CEDAR 이노베이션 재단(CEDAR Innovation Foundation)'은 X(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게리 겐슬러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면서 "SEC 위원장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 20%가 암호화폐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며, 암호화폐 업계에는 수천만 개발자와 빌더가 있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수만개 직업을 창출했다"면서 폄하가 아닌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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