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 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인 샌드 달러(Sand Dollar)를 상업 은행들에게 강제로 배포하도록 할 예정이다. 샌드 달러는 현재 유통 중인 통화의 0.41% 미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바하마 중앙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샌드 달러 사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민간 기업이라면 사업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하마 중앙은행 총재 존 롤(John Rolle)과의 인터뷰 후, 로이터 기자 엘리자베스 하우크로프트(Elizabeth Howcroft)와 마크 존스(Marc Jones)는 롤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CBDC 채택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당근이 막대기로 바뀌고 있으며, 상업 은행들은 이제 CBDC를 강제 배포하는 규정을 통보받고 있다."
즉, 중앙은행이 CBDC를 도입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초기에는 CBDC 지갑을 충전하고 상점에서 CBDC를 사용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대규모 채택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당근을 제쳐두고 은행들에게 CBDC를 배포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라는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행동은 이전에도 목격된 바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중앙은행이 0.5%에 불과한 CBDC 채택률에 직면했다. 처음에는 택시 요금 할인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여 채택을 유도하려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현금을 거리에서 제거하고 새 지폐를 발행하며, 교환되지 않은 지폐는 두 달 내에 만료된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현금 부족 사태를 초래해 거리에서 시위와 폭동이 발생했지만,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사람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자 CBDC 채택률이 0.5%에서 6%로 증가했다고 축하했다.
바하마 중앙은행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보다 덜 극단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차이점
민간 부문에서는 누군가가 상점을 열었지만 그 서비스가 해당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하마 한가운데에 스노보드 가게를 연다면 잘 될 가능성이 적다. 고객이 없으면 상점은 문을 닫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려면 투자자들을 설득해 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 설득에 실패하면 사업은 끝난다.
공공 부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정부 프로젝트는 쉽게 종료되지 않는다. 첫째, 민간 부문과 달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민간 부문에서 자원이 가장 가치 있게 쓰이는 곳으로 유도되는 수익 모델 대신, 정부 관료들의 가치관이 자원을 결정한다.
둘째, 정부는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현금을 거리에서 제거했고, 이제 바하마 정부는 은행들에게 CBDC를 배포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어떤 기업도 이런 종류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기업도 사람들에게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또는 다른 암호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중앙은행과 여러 CBDC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는 리플(Ripple)조차도 사람들이 자체 암호화폐인 XRP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CBDC가 등장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사례는 두 가지 상이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중앙 은행가(및 모든 정부 관료)는 무언가를 강제로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CBDC도 이 규칙의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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