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당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 여부를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무력 충돌에 그동안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들은 "하마스가 암호화폐 기부금을 통해 거액의 자금 조달을 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를 수차례 냈다.
당시 하마스가 암호화폐 계좌로 이와 관련해 벌어들인 돈은 4100만 달러(한화 약 55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해외자산통제국 주도 아래 하마스 관련 암호화폐 등 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자금으로 거액의 암호화폐 기부를 받았다는 주장에는 증거가 없다"며 엘리자베스 워렌 미 상원의원이 지적하며 해당 소식의 사실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엘립틱 암호화폐 분석 기업 역시 지난 25일 '하마스의 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기존 의혹에 반박했다.
엘립틱 측은 "암호화폐의 경우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러 자금 조달 도구로 부적절하며, 실제로 조달한 자금의 규모 역시 다른 자금원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이미 관련 자금 조달을 중단해왔던 점 역시 언급됐다.
엘립틱은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하마스를 비롯한 주요 테러조직의 중요한 자금줄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역시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금액은 테러자금과 무관한 자금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하마스 관련 실제 암호화폐 자금 규모는 45만 달러(한화 약 6억997만원) 정도로 집계했다.
이런 분석 자료들이 공개되자 데이비드 매킨토시 전직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판하며 "암호화폐를 테러 등 불법행위에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전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마스 관련 의혹과 연결될 경우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의 거래소를 통제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규제 관련해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북한 라자루스 등이 암호화폐 관련 해킹으로 정치 자금과 미사일 개발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만큼 어느 쪽이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3일 유니세프 기준 하마스 측의 민간인을 포함한 인명 피해는 5000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